유홍준 ‘남파 간첩’ 노래 파문 예상

▲ ‘이름없는 영웅들’의 한 장면. 이 영화에는 젊은
시절의 젱킨스씨도 등장한다. <사진:연합>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14일 저녁에 열린 6.15 행사 북측 대표단 주최 만찬장에서 대남 공작원들의 활동상을 담은 북한의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20부작)에 등장하는 노래를 부르는 돌발행동으로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유청장은 이날 박봉주 내각총리가 주최한 만찬 도중 주빈석에서 일어나 ‘이름 없는 영웅들’이라는 노래를 두 세 소절 불렀다.

‘이름 없는 영웅들’은 영화제목으로, 노래 제목은 아니다. 따라서 유청장은 만찬장에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이름없는 영웅들’은 6.25 전쟁에 참전한 북한 공작원들의 ‘적후(敵後) 투쟁'(공작활동)을 소재로 한 영화(20부작)로서, 이 영화 주제가의 정식 제목은 ‘이름 없는 꽃’이며, ‘기쁨의 노래 안고 돌아가리라’ 등 간주곡이 있다. 유청장이 부른 노래가 둘 중 어떤 노래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름 없는 영웅들’에 등장한 노래임에는 분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79~81년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을 제작, 북한 주민들의 대남 혁명의식 고취용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이 영화는 당초 3부작 단편으로 끝낼 예정이었으나 김정일의 지시로 20부작까지 상영됐다.

이번 유청장의 돌발행동은 2001년 평양축전에 참석, “만경대 혁명정신 이어받자”는 강정구 교수(동국대)의 방명록 기입 사건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청장이 ‘호국의 달’ 6월에 6. 25 전쟁 당시 ‘남파 공작원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의 주제가를 부른 것은 단순한 돌발행동의 차원을 넘어 6.25 참전자 및 희생자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유청장이 북측 주최 만찬장에서 이 노래를 부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은 국내에 수입된 적이 없고, 더욱이 이 영화의 노래들은 80년대 주사파 운동권에서도 불려진 적이 없어, 유청장이 이 노래를 인지하게 된 경위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주제가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남모르는 들판에 남모르게 피는 꽃/
그대여 아시느냐 이름없는 꽃/
거치른 들길 우에 꽃 향기 풍겨올 때/
그대여 알아다오 이름 없는 꽃/

탈북자들에 따르면 “가사 중 ‘남모르는 들판에’는 적후를 의미하고, ‘남모르게 피는 꽃’은 적후 공작조, ‘거치른 들길 우에 꽃 향기 풍겨올 때’는 체포되어도 투쟁한다는 뜻, ‘그대여 알아다오 이름없는 꽃’은 비록 희생되어도 우리를 기억해달라는 뜻으로 북한당국은 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6.25 전쟁시 美 ‘신공세 작전’ 저지 공작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줄거리는 남파 간첩들이 53년 1월 유엔군의 ‘신공세 작전’을 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일제시기 동남아에 징용으로 끌려갔던 유 림(김용린 분)은 해방된 후 영국에 유학, 1952년 중순 이스탄불을 거쳐 유엔 종군기자 신분으로 서울에 잠입한다.

서울에 온 유림은 ‘모란봉’의 지시를 받고 ‘두만강조’ 조장으로 활동한다. 유림은 아이젠하워 美 대통령의 ‘신공세’작전(53년 1월 美작전)을 저지하라는 임무를 받고 정형고지(T고지) 비밀을 빼내 북한에 넘겨 유엔군에 선제타격을 가한다.

유림의 공작조원으로 미 8군사령부 CIC 방첩장교로 활동하는 김순희(김정화 분)는 중위에서 대위까지 승진한 여성장교다. 해방 후 내무일꾼(안전원)이던 김순희는 북한에 들어온 ‘미제 고용간첩'(한국여성)을 일망타진하고 망책(망원 책임자)을 데리고 위장 남하한다.

미 8군 사령부 클라우스 대령의 추천으로 8군 방첩대에 위장잠입한 김순희는 ‘두만강조’의 안전을 보호한다. 김순희는 유림과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 공산주의자의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며 영화 제19부에서 박무에게 살해된다.

무전수로 남파되었던 홍식(서경섭 분)이 살해된 후 ‘두만강’조는 본국과 연계가 끊어진다. ‘두만강’조는 미국의 ‘신공세’작전을 저지한 후 정전협정과 관련된 정보를 미국의 고위층으로부터 빼내 북에 제공함으로써, 정전협정에서 북한군이 우세를 차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영화의 주제가 ‘이름 없는 꽃’은 본국과 연계가 끊어진 상황에서도 적후에서 방첩기관의 회유와 술책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가는 남파 공작원들의 투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름없는 영웅들’의 후문

영화는 79년부터 81년까지 상영되었고, 20부 시리즈로 나오면서 북한주민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북한에서는 최초로 영어 대화가 등장했고, 외국인 더빙도 구사한 당시로서는 현대작이었다.

미 방첩기관의 스릴 있는 탐정기법과 등장인물들의 활약상은 보는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인민배우 이진우 대좌(4.25 창작단)는 북한군 미사일 기지의 비밀을 소련에 넘긴 사건으로 처형된 바 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박형민 기자 phm@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