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식량사정 호소한 北…권력기관 배급 마저 무너지나

북한 국경지역의 보위부 청사. /사진=데일리NK

북한의 식량 사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의 우선 공급 대상인 권력기관까지 배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출근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올해 도(道)적으로 당 위원회와 각 시·군 당 위원회, 보안감찰기관 등 거의 모든 기관에 대한 식량 공급이 원만하지 못해 역사상 처음으로 출근율이 70%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도 당 위원회, 도 보위부, 도 보안국이 이 정도면 다른 기관은 말도 못 할 정도로 힘들다는 것”이라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교원(교사)이나 의사에 대해 일부 배급이 내려졌지만, 올해에는 이들도 전혀 (식량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당 위원회와 국가보위성, 인민보안성, 검찰소 등 권력기관은 당국으로부터 간헐적으로 배급을 받아, 일반 주민들보다 생활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권력기관에 대한 배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평안남도 당 위원회의 경우 본인에게는 지난해 1년치 배급량의 80% 수준에 해당하는 도정되지 않은 벼가 공급됐고, 가족들에게는 50% 수준의 통강냉이(옥수수)가 공급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도 보위국의 경우에는 본인에게 80% 수준의 벼가, 가족들에게는 30% 수준의 이삭강냉이가 배급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도 보안국은 그보다 더 사정이 나쁜데, 본인에게는 지난해 배급량의 60% 수준으로 통옥수수가 공급됐고, 가족들 앞으로 내려진 배급은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한다.

이밖에 평안남도의 대표적 곡물생산지역인 문덕, 숙천, 안주, 평원, 개천 등 일부 군의 당 위원회는 작년 한 해 배급량의 50% 수준이 공급됐으나, 나머지 중부 산간지역과 북부 내륙지역의 배급량은 작년 대비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가뭄
지난 8월 북한 황해북도 황주군 농장원들이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한편, 최근에는 권력기관 일꾼들이 도 인민위원회 양정부(식량수급 담당)에서 발급한 배급지도서를 들고 직접 농장에 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배급소에서 식량을 타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더 빨리 받아 챙기려는 목적에서 농장까지 찾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농장에 현물이 없어 배급지도서를 접수조차 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막강한 권력을 쥔 이들이 찾아와 지도서를 내밀면 농장의 관료들은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식량을 내어주곤 하지만 지금은 줄 현물이 없어서 주고 싶어도 못 주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보통은 지도서에 적힌 배급량을 주지 않으면 농장 관료들이 살아남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지금 보안서, 보위부가 현물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실제로 농장에 현물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식량난을 호소하며 유엔 산하 기구에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그에 앞서 미국의 한 방송은 국제기구의 긴급 식량 지원을 요청하는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의 메모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김성 대사는 메모에서 가뭄·폭염 등 자연재해와 영농자재의 공급을 제한하는 대북 제재가 북한 식량 생산량 감소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이러한 어려움으로 올해 1월 근로자 가구에 대한 배급량을 1인당 하루 550g에서 300g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협상 전술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열악한 식량 사정을 대외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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