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달 김일성 생일(4.15)까지 주민들에게 1인당 파철(破鐵) 10kg씩을 바치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과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 기준으로 삼겠다며 공장 기업소, 학교, 인민반 별로 파철 모으기 운동이 한창이라는 것이다.
함경북도 내부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공장 지배인, 인민반장들이 ‘4월 대축전 준비에 소홀한 사람에게는 사상문제가 제기 될 것’이라며 ‘파철을 바치라’고 독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파철 수집 사업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매년 봄, 가을마다 진행되는 연례행사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1인당 과제량 ’10kg’는 예년 수준의 두배다. 5kg짜리 아령 두 개씩 바쳐야 하는 셈이다. 특히 이 같은 파철 수집사업이 수 십년째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찾아낼 수 있는 파철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파철을 못내면 현금으로 때워야 한다.
소식통은 “과제량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은 돈을 바쳐야 한다”며 “1kg당 200원씩 계산해 최대 2000원씩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4인 가족 기준 1가구를 놓고 보면 8000원이라는 돈을 내야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도당(道黨) 책임비서라 하더라도 월급이 8천원을 넘지 못한다. 서민층으로 갈 수록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인민반장들은 “이번에 파철 사업에 소홀한 사람들은 태양절(김일성 생일) 특별공급에서 제외시킨다”며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요즘 (태양절) 명절 특별공급이라는 것이 잘해야 하루, 이틀 치 강냉이가 전부라 ‘차라리 명절 공급 달라는 소리 안할테니 가만히 좀 놔뒀으면 좋겠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난데없는 파철 사업 수집 사업에 대해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맹 땅크를 또 만드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도 퍼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4년, 노동당 외곽조직인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소속 여성들을 동원해 대대적인 파철 수집 사업을 벌였다. 당시 여맹원들에게 ‘사탕이 없으면 살 수 있어도, 총알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구호가 제시되면서, 1인당 30kg에 달하는 파철을 바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어 2005년 11월 18일 여맹 창립절을 맞아, 여맹원들이 모은 파철로 만들어졌다는 탱크 ‘여맹호’가 북한 내부에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은 주민들로부터 걷어진 파철을 김책제철소, 황해제철소, 성진제강소, 강선제강소 등 강철 생산 기지에 보내 재가공한다. 북한에서 금속공업은 전력, 석탄, 철도수송 등과 함께 4대 선행사업으로 중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