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혜산시 내 일부 소학교(초등학교)와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현재 시냇가 주변에서 모래를 채취하는 작업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학 기간 학교건물을 보수하라는 당국의 지시에 학생들이 필요 자재인 모래 채취 작업에 내몰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방학에 들어간 지 일주일만인 지난 7일부터 혜산시 마산동 쪽 압록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시내 주변에서 학생들이 모래를 채취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모래가 많이 나오는 목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본보가 입수한 영상에는 색색의 옷을 입은 북한 아이들이 군데군데 모여 모래를 채취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삽이나 곡괭이를 이용해 땅을 파거나 거름망으로 모래를 걸러내고, 한 곳에 모래를 쏟아내 모으는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압록강으로 나가면 더 많은 모래가 있지만, 현재 군대와 검열조가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는 밀수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감시와 통제를 벌이면서 아이들을 압록강 쪽에 얼씬도 못 하게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특히 소식통은 아이들이 집단으로 압록강 주변에서 모래를 채취하는 모습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아동착취 지적을 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강변에서 작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 군대는 “애들이 일하는 모습을 안기부(국가정보원)가 사진 찍어 신문에 낸다”면서 아이들을 강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번 모래 채취 작업에는 혜산시 내 전체 학교 가운데 시당(市黨) 교육부로부터 방학 기간 내 학교건물 내외부를 보수하라는 지적을 받은 소학교 4곳과 초급중학교 2곳, 고급중학교 2곳의 학생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당 위원회와 교육부가 장마철 교내 동물사육장과 체육시설, 지붕 등이 파손되거나 건물이 상대적으로 더 낙후된 일부 학교들을 찾아 복도 바닥과 벽 등을 점검하고 “내외부가 이리도 한심해서 어떻게 장군님(김정일)의 고향 도(양강도)를 찾는 전국의 답사자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는 것.
소식통은 “위에서는 여러 학교들 중에서도 한심한 학교들을 지정해 여름방학 기간 내 보수 공사를 진행하도록 했다”며 “그 학교의 학생들은 전염병(코로나19)으로 다른 도·시·군 농촌 동원에는 나가지 않는 대신 지금 학교 내외부를 보수할 때 쓸 모래를 채취하는 일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는 학생 3명을 한 조로 묶어 조별로 일정량의 모래를 바치라는 계획 과제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학교에서는 채취한 모래가 물에 젖어 있으면 안 되고 수분을 조금이라도 증발시켜 바쳐야 한다는 별도의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이렇게 제시된 계획 분량을 다 채워 학교에 모래를 바치면 학생 동원은 끝나는데, 다만 학생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안의 자식들은 돈을 내고 모래 채취 작업현장에 나가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학교는 학생들의 노력으로는 구할 수 없는 시멘트 구매 비용을 학부모들의 세부담으로 돌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시멘트 구매에 드는 돈은 학급별 인원수에 따라 각각 나눠서 부담하기 때문에 세부담 액수는 학교별로도, 학급별로도 다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소식통은 “학교는 미장공과 같은 기술인력을 쓰는 돈과 이들의 식사와 술대접을 비롯해 미장칼, 미장판 등 도구 보장을 위한 돈을 학부모들에게 따로 또 걷고 있다”며 “이에 따라 소학교 3~5학년생 1인당 5000원, 초급중학생 1인당 7500원, 고급중학생 1인당 1만 원씩 세부담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