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아이들, 2월부터 굶어가며 행사 준비”

김일성 100회 생일을 맞아 각 지방에서 열린 체제선전용 행사에서 일반주민들의 불만이 컸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5일 양강도 혜산경기장에서는 ‘빛나라 혁명의 성지여’라는 집단체조가 2시간동안 진행됐다. 이 공연을 지켜본 혜산 주민들은 “그동안 점심도 제대로 못먹던 아이들이 저만큼 (공연을) 보여주니, 눈물이 다 날 지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집단체조는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도(道)내 인민학생, 중학생들이 주로 동원됐다고 한다. 양강도는 한반도에서 봄이 가장 늦게 오는 지역이다. 2월이면 압록강이 꽁공어는 한겨울이다. 혹독한 추위와 강도 높은 훈련 탓에 간부들은 6~10만원씩 뇌물을 바치고 집단체조 연습에서 자식을 빼돌렸다. 


당시 쌀 가격(kg)이 3천원을 넘던 때라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부모들은 대부분 학교와 짜고 자식들을 병결(病缺) 처리 시켰다. 결국 내세울 것 없는 출신성분의 아이들, 부모가 가난한 아이들, 부모가 고지식한 아이들만 연습장에 남게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이번 공연 준비물은 자체로 해결하라’는 도교육청 지시로 배경대를 담당한 학생들은 자체로 ‘배경책'(카드섹션)을 만드느라 애 먹었다”며 “율동조에서는 훈련강도가 너무 쎄 코피를 흘리는 애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런식의 집단체조는 지난 2009년 8월 김정일이 자강도 집단체조를 관람한 후 “내년부터는 지방 특성에 맞게 전국에서 진행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2010년도부터 각 도별로 경쟁적으로 집단체조가 열렸다. 관련기사 보기 : 2월 6일자 <지방도 ‘아리랑’ 공연 진행…”과업 이행 차원”>


이번 양강도 집단체조는 올해 지방 행사로서는 처음으로 열린 것이었다. 통상 지방 행사는 8·15 광복절에 시작해 10·10 당창건기념일에 마무리 되는데, 올해는 태양절에 맞추다 보니 한겨울부터 연습이 시작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하루 종일 추위에 시달리며 연습하는 학생들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면서 “동원된 학생들은 각자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는데 가난한 집 아이들은 굶어가며 연습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연습과정을 지켜보던 혜산 주민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아리랑은 애들이 굶어가며 저렇게 시달리는 것을 알기나 하는가?”라는 빈정거림이 회자됐다고 한다. 여기서 ‘아리랑’은 김정은을 빗대는 말로,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일, 김정은이 지시한 행사 제목이나 우상화 조형물을 은어로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다.


한편, 노동신문은 지난 15일자 보도에서 양강도 집단체조 소식을 전하며 “배경대에 어버이 장군님의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는 백두 삼천리 벌의 흥단이와 대홍이의 이름이 새겨지고, 행복동이, 선군동이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재롱스러운 율동이 펼쳐지자 경기장은 환희로 설레이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