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집회 무제한 허용?…’시위공화국’ 병폐만 깊게해

1977년 7월 13일 밤 미국 뉴욕에 갑자기 정전이 되어 암흑 상태에 놓이자마자 곳곳에서 방화, 폭행, 약탈사태가 일어났다. 10대 소년부터 60대의 노인까지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와 가게를 약탈하는 데 동참하여 약 1700개 상점이 폭도들에 의해 싹쓸이 당했다고 한다.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 하겠는데, 낮에 정전이 되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갑자기 암흑이 되어 자신이 어떤 짓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욕망이 시키는 대로 행동한 나머지 발생한 사태였다.


국회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옥외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에 대하여 민주당이 극력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원칙적으로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집시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헌재는 야간집회에 대한 제한의 필요성은 긍정하면서도 지금처럼 날이 저물면 옥외집회가 금지되는 상황에서는 예컨대 겨울에 퇴근 후 집회에 참여하려는 직장인은 집회에 참여할 수 없어서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므로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으로 집시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돼 한나라당은 밤10시 이후의 집회금지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하여 민주당은 야간집회금지조항을 폐지함으로써 야간집회를 무제한 허용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우선, 한나라당의 개정안이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헌재는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관할 경찰서장이 현행 집시법이 헌법과 합치되지는 아니한다고 결정하였지만 그렇다고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법률이 무조건 헌법과 불합치 된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헌재의 결정은 야간 집회를 일부 허용하되 야간 중 어느 시간대에 옥외집회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를 국회의 판단에 맡긴다는 취지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일체의 야간집회를 허용하는 것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배치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러면, 야간집회를 아예 무제한 허용해 버리면 어떨까?


“야간이라는 특수한 시간적 상황은 집회장소 인근에서 거주하거나 통행하는 시민들의 평온이 더욱더 요청되는 시간대일 뿐 아니라, 집회참가자 입장에서도 주간보다도 감성적으로 민감해져서 자제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예기치 못한 폭력적 돌발 상황이 발생하여도 어둠 때문에 행위자 및 행위의 식별이 어려워 이를 진압하거나 채증하기가 쉽지 않다.”(헌재 결정문)


뉴욕 정전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어둠은 사람을 ‘용감하게’ 만들고, 집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으로서는 집밖이 소란하면 불안하여 잠을 자기 어렵기 때문에 야간은 주간과 달리 취급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각국은 야간집회·시위를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와 러시아는 11시 이후, 중국은 10시 이후, 미국은 주에 따라 8시-10시 이후의 야간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의 집회·시위문화의 수준은 참담한 수준이다. 시위가 아니라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다. 매년 수백 명의 경찰관이 시위현장에서 다치고, 경찰병원에는 이들 경찰관들이 넘쳐나고 있다. 대부분 주간시위에서 발생한 일이다.


주간시위가 이 지경인데, 야간집회·시위가 무제한 허용될 경우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야간에는 어둠 때문에 집회·시위 참가자들이 일탈하고픈 유혹을 더 느낀다는 사실은 심리학자의 말을 빌 필요도 없이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리고 경찰은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하여 시위현장에서 불법·폭력행위자 체포를 자제하고 범법자를 촬영하였다가 추후 체포하는 방법을 흔히 사용하는데, 야간집회·시위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쓰기 어렵다. 폭력적인 야간집회·시위를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점을 떠나 새벽 2-3시에도 도심에 모여 집회를 해야 할, 그렇게 대단한 일이 도대체 무엇인가. 민주당 의원님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집회·시위에 지친 시민들이 “잠 좀 잡시다, 잠 좀 자!”라고 하소연할 때, 과연 뭐라고 답하실 것인가.


야간집회·시위는 불가피하게 제한해야 한다. 밤10시가 이르다면 11시 정도로 늦출 수는 있겠다. 그러나 무제한 허용하는 것은 ‘시위공화국’의 병폐만 깊게 할 뿐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