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에 北 구권 화폐 둥둥 뜰 것”

“머지않아 압록강에 휴짓조각이 된 북한 구권 화폐가 둥둥 뜰겁니다.”


2일 신의주와 접경한 중국 단둥(丹東)에서 만난 한 북한 무역 일꾼(상)은 17년 만에 전격 단행된 북한의 화폐 개혁으로 주민들이 받게 될 충격파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992년 신의주에서 화폐 개혁을 경험했던 그는 “가구당 10만 원만 교환하는 것 등 이번 화폐 개혁은 17년 전의 판박이”라며 “당시 압록강에는 쓸모 없게 돼 북한 주민들이 버린 구권 화폐가 뭉텅이로 떠다녔다”고 회고했다.


당시에도 가구당 교환 한도가 정해져 상당수 주민이 보유하던 구권 화폐를 강물에 버렸다는 것.


그는 “편법을 동원해 교환하다 적발되면 돈의 출처를 추궁당하고 ‘비사회주의 조장 분자’로 낙인 찍힐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화폐 개혁 발표 소식을 접한 북한 주민들은 큰 충격 속에 교환 한도를 초과한 구권의 처분을 놓고 전전긍긍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화폐 개혁은 주민들의 수중에 있는 돈을 무용지물화 시킴으로써 유통 물량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것으로, 바닥까지 간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1992년 화폐 개혁 당시 100달러당 7천 원이던 북한의 화폐 가치는 최근 31만 원까지 떨어지며 화폐로서의 기능을 못해왔다.


그러나 또 다른 무역 일꾼은 “수중에 돈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북한사회에서 살아가는 요령을 터득한 사람들”이라며 “화폐 개혁 조치 이전에 발 빠르게 조치를 취했거나 그러지 않았더라도 빠져나갈 방법은 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교환 한도로 10만 원을 정한 이유는 일반 가정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평균치로, 이를 훨씬 초과하는 돈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능력이나 인맥이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수단을 동원해 어려움 없이 신권으로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조치로 돈 없는 주민들은 마냥 속앓이를 할수 밖에 없는 반면 돈 있는 사람들은 한도 초과액에 대한 ‘환전’을 고심해야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연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도 초과액을 보유한 ‘특권층’에 가장 광범위하게 동원되는 방법은 교환할 돈이 없는 영세민을 내세우는 것이다.


화폐 개혁 발표 이후 북한에서는 친지는 물론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대리인’을 구하느라 북새통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들을 동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 당국은 이번 화폐 개혁을 단행하면서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대학생을 한 가구로 인정, 일정액의 구권을 신권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1992년 화폐 개혁 당시에도 기숙사 거주 대학생들은 화폐 교환 대행 아르바이트를 통해 짭짤한 수입을 올렸었다.


최후의 수단은 은행 직원과의 ‘뒷거래’다.


북한 당국은 화폐 개혁을 단행하면서 10만 원까지만 교환하고 나머지는 은행에 강제 예치토록 했으나 북한에서 은행에 저금한 돈을 찾기란 쉽지 않아 주민들은 이를 ‘몰수’로 여기고 있다.


결국 예치한 돈 가운데 적당 액수를 은행 직원에게 떼어주고 반 본전이라도 건지는 수밖에는 없다 다만, 이 마저도 은행 직원과 인맥이 있는 경우에나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17년 전 화폐 개혁 당시 나타났던 이런 수법들을 꿰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런 편법을 동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북한 주민들이 겪게 될 충격이나 고통은 17년 전 화폐 개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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