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반(反)정부투쟁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 “김대중 씨는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이야기를 그만두고 침묵을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12일 맹비난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최근 우리사회가 조문정국과 북한 핵실험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데 어제 김대중 씨가 ‘독재자에게 아부하지 말고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이야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경제 위기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그냥 가만히 침묵을 지켜주는 것이 국민과 대한민국을 도와주는 길임을 명심해주기를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김 전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발상과 발언에 대해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 대통령을 실제적으로 독재자로 규정하고 선동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는데 과연 이분이 한때 국민과 나라의 생존을 책임졌던 전직 국가원수가 맞는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독재자에게 아부말고 들고 일어나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아프리카 어느 후진국, 내전이 벌어진 나라 반군 지도자의 선동발언을 듣는 게 아닌가 착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힐난했다.
그는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해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고 국론 분열이 가져올 폐해를 걱정하면서 국가안정을 염원하는 다수의 국민이 있다”며 “이 분들을 독재자의 아부꾼으로 매도하는 발상은 과거 야당 총재 시절 분열과 대립의 이분법적 정치구도를 정치공학의 원칙으로 삼은 철학을 다시 드러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핵과 미사일을 손에 쥐고 한반도와 세계를 위협하는 김정일 위원장을 두둔하는 듯한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북한의 저런 태도는 일방적 퍼주기식 대북정책과 전도된 대북정책을 견지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소리에 귀를 막고 도외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5역회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입이 열개라도 독재를 말 할 자격이 없다”며 “김 전 대통령의 속내는 좌파정권 10년과 현재를 대비해 좌우대립과 투쟁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국의 전직 대통령이 어떻게 나라를 혼란과 갈등으로 빠뜨리려고 획책하느냐”며 “전직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답게 조용히 계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 브리핑에서 “국민화합에 앞장서고 국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셔야 할 전직 국가원수가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오히려 분열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평소 공개하지 않던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까지 공개하며 “대체로 반응은 좀 지나치신 것 아니냐, 어이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는 ‘오늘날 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원칙없이 퍼주기식 지원의 결과가 아닌가’ ‘북의 인권 문제와 세습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국민의 뜻에 의해 특히 530만표라는 사상 최대의 표차로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마치 독재정권처럼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격한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앞서 11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 강연에서 “우리나라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해 ‘민주주의를 역행 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노무현 장례 정국에 500만 문상객을 보더라도 국민의 심정이 어떤지 알 수 있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오래 정치한 경험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의 길로 나아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해지는 만큼 이 대통령의 큰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특히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이 돼 자유·서민경제·남북관계를 지키는 데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 피맺힌 심정으로 말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惡)의 편”이라며 반(反)정부투쟁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 문제와 관련 “오늘날 북한이 많은 억울함을 당하는 것을 안다”며 “오바마 정부가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란 심지어 쿠바에게까지 손을 내밀면서 북한에 한 마디 안 하는 게 참기 어려운 모욕이고, 또 속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