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판 ‘노크 귀순’ 사태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군이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나 심히 우려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일찍이 청렴결백한 군인으로 이름난 한신 장군은 5.16 당시 내무장관을 지냈지만, 군으로 돌아가 1군 사령관과 합참의장을 지냈다. 그는 우리의 휴전선을 책임지는 1군 사령관 재임 당시 수시로 최전방 진지를 돌아다니면서 지휘관들에 “싸움에 진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면서 철통같은 철책선 경계를 강조하였다. 당시만 해도 군에 부패한 일이 많던 시절이라 한신 장군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 통보 없이 아무 부대나 불시점검을 하면서 “잘 먹여라, 잘 입혀라, 잘 재우라”라는 말로 경계병들의 사기를 돋구었다. 이런 군인이 있어서 우리는 후방에서 군을 신뢰하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 로마 시대의 군사전략가인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을 하였다. 이 말은 평화를 위해선 상대방을 격퇴할 수 있는 군사력을 키우고 전쟁도 불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평화가 보장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마치 이 땅에 평화가 온 것으로 착각하고, 북한을 지나치게 신뢰한 나머지 모든 국방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19 군사합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중지, 병역기간 단축, 사단 수를 줄이거나 병력 감축, 서해나 동해에 해안 철책선 철거, 서울 침공의 취약지역인 한강하구 공동어로수역 설정 추진, GP철수, 지뢰지대 제거, 복무 중의 휴대폰 사용 허용 등 북한은 변한 것이 없는 데 남측만 군의 전투력후퇴, 사기와 정신력을 약화하는 일만을 골라서 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김정은은 최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참관한 뒤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고 했다. 남측은 스스로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우리의 주적인 북한은 오히려 대남 공격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한 목선은 출발지인 함북 경성 집삼 포구에서 출항 800km 거리나 되고 군사분계선에서 삼척항까지 130km나 되는 거리를 3박 4일간 항해했다. 이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이 안 된다. 더구나 경계에 실패한 군이 죄책감도 없이 이 배가 삼척항에 오는 시간에 파고높이를 허위 발표하여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기상청은 파고가 0.4m에서 0.9m로 비교적 잔잔하다고 밝혔음에도, 우리 군은 1.5~2m에 달해 식별이 안 되어 북한 선박임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핑계를 댔다. 여기에 군 당국은 최초 조사에서 ‘북한 어선의 계획적 귀순’임을 알고도 “조업 중 기관 고장으로 표류해서 삼척 인근 해상까지 왔다”고 발표하였다. 북한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이나 국가기관에서 제일 큰 죄가 허위보고다. 전쟁 발발 시 허위보고는 곧 적으로부터 패배를 의미한다. 정경두 국방 장관은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허위보고나 은폐가 있었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 처리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책임을 질 사람은 국방부 장관 그 자신이다. 경계 소홀의 책임은 자신을 포함하여 관계자 모두가 지겠다고 해도 시원치 않은 이 엄중한 시기에 국민들에게 이해가 가지 않는 사과문을 발표한 셈이다.
최근에 국가안보가 무너지는 모습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국방부가 발행하는 국방일보는 ‘남북 평화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라고 타이틀의 기사를 1면에 내걸었다고 한다. 또한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충성을 다한 백선엽 장군은 만주에서 일군에 있었던 일을 문제 삼아 친일파로 몰면서 오히려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을 하였다는 것을 구실로 북한창건에 공로자인 김원봉을 군의 뿌리라고 하고 있다. 국군 창설 당시는 군 경험자가 없어 일본군에서 군 지식을 습득한 사람들을 모아 이들이 주축이 된 것을 간과하고 있다. 이런 논리라면 창군 당시 군 지식을 제공한 이들이 모두 친일파란 말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에 기여하고 김일성 훈장을 받은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하면 대한민국은 북한의 파생국가인가? 안보가 무너지면 국가가 무너진다. 일벌백계로 군을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은 물론 ‘경계 실패’ 지휘 라인 모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눈치나 보고 승진이나 생각하는 군은 이 나라에서 존재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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