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프리즘] 광화문서 “백두 칭송”, 이대로 그냥 둬도 되나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국민주권연대와 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 환영 백두칭송위원회 결성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연합

우리 헌법 총강 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고 선언하고 있다. 또한 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즉,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국민이 국체를 보존하고 지켜야할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가 민주 공화국임을 자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국가는 우리의 국체를 전복하려는 외부 세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 돌아가는 정세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 2차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 후 마치 이 나라가 북한 독재정권의 종속국이라도 된 듯하다. 특히 평양에서나 볼 수 있는 구호를 외치면서 공공연히 김정은 남한 방문 환영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좌파 13개 단체 회원 70여 명이 김정은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조직을 결성하고 환영단을 모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김정일 환영 남북 정상의 백두산 등정을 기념한다고 표방하면서 “김정은 만세”를 외치고 있다. 조직 이름부터 ‘백두칭송위원회’라고 했다. 남북 화해 차원이 아닌 이른바 김 씨 왕조의 ‘백두 혈통’을 칭송한다는 의도란 말인가. 그러나 이 용어는 김일성이 중국의 동북항일연군 시절 백두산을 거점으로 그의 처 김정숙과 함께 활동을 한데서 나온 말이다.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정일 시대에도 김정일을 ‘광명성’이라고 호칭하면서 김정일의 실제 출생지가 연해주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모든 매체와 주민을 동원하여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났다고 선전하였다. 즉 백두혈통은 김정일 집권 이후 체제 선전 도구로 활용된 말이다. 백두산의 한 봉우리를 깎아서 ‘정일봉’이란 이름을 붙이고, 생가를 만드는 등 가짜를 진짜로 성역화 하였다. 아들 김정은도 역시 후계체제의 정통성 명분을 백두혈통에서 찾고 있다. 현재 백두혈통으로 김정은, 김정철, 김여정, 김한솔, 김경희 등이 해당된다. 백두혈통만이 ‘혁명 위업의 계승자’는 물론 김 씨 정권의 정통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백두칭송위원회”는 선언문에서 김정은 방한을 “자주 통일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진정 어린 모습에 우리 국민 모두 감동했다”고 했다. 어리석기 짝이없는 표현이다. 김일성이 일으킨 6.25전쟁 이후 폐허의 한국은 반공을 국시로 현재까지 이만큼 발전을 이룬 나라가 되었고 북한은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최빈국이 되었다. 만약에 우리가 김 씨 정권에 복속되었다면 김일성 동상 앞에서 사교적 신도가 되어 매일 같이 그의 사상을 암기하면서 총화라는 굴레 아래 광신적 노예가 됐을 것이다.

‘백두칭송위원회’ 중 한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지난 8월 ‘태영호 체포 결사대’를 만들고 협박 전화와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 등으로 태영호 전 북한주재 공사를 협박하고 그의 강연을 막았다. 태 전 공사는 지난달 국회에서 “이들을 막을 현행법이 없다”며 신변 문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이 무법천지가 된 것인가.

북한 주민을 노예로 짓밟는 독재자는 칭송받고 참혹한 북한 진실을 밝히려는 망명 인사는 협박당하는 일이 서울 심장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참한 현실이 되었다. 이와 같은 지경에 이른 것은 현 정권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에만 몰두한 나머지 핵미사일 개발 등에서 대변인적 언급을 하거나 제재 등을 완화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동문서답식으로 일관하는 정책 노선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총으로 박살 내 죽이고 이복형인 김정남을 외국 공항에서 화학무기로 암살했다. 당군정 인물들을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인민의 공적으로 죄를 만들어 처형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15만 이상이 수용소에서 짐승 취급을 당하고 있다. 김 씨 정권의 무지막지한 압제 통치에 유엔은 북한인권 결의안을 통해 5년 연속 ‘책임자 처벌’을 권고하고 있다.

협상 상대인 김정은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남북 정상회담의 기본적인 의전정도만 필요할 뿐이다. 우리가 자유민주 체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김정은 집단을 칭송할 수는 없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마치 이 땅에 비핵화가 이루어져 평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가 먼저 무장 해제를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전술했다시피 참혹한 행위를 저지른 것은 지적하지 않고 ‘솔직 담백’ ‘예의 바른 인물‘이라고 추켜세우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극단세력을 발본색원하여 국체를 보존할 의무가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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