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Hc’ 텔레비전, 평양 외화상점서 불티나게 팔려

중국인 투자 받아 대동강텔레비전수상기공장서 생산…550달러 17인치 가장 인기

25일 출시된 ‘Hc’ LED 텔레비전의 사용설명서 표지(왼쪽)과 포장재 겉면 일부. /사진=데일리NK

북한 평양에서 최근 ‘Hc’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LED 텔레비전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c는 대동강 텔레비전수상기 공장이 중국인에게 투자를 받아 생산한 수출용 제품이지만, 일단 현재 국내 외화상점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새로 만들어진 Hc는 지난 25일부터 락원백화점, 대성백화점, 북새상점 등 외화상점에 1차로 출시됐다”며 “SD카드며 USB며 다 꽂을 수 있게 돼 있고 아래 받침대를 제거하면 휴대도 가능해서 지금 다들 사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외국 이름으로 돼 있지만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단속을 하지 않는다”며 “화폐개혁 때 은행 앞에 죄다 모였던 것처럼 사람들이 싹다 상점에 몰려가서 상점 문도 못닫게 할 정도로 인기“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 사동구역에 위치한 대동강 텔레비전수상기 공장은 본래 주요 기관이나 중앙대학의 창립기념일 등에 국가로부터 긴급 생산지표를 받아 뒤가 불룩하게 나온 선물용 텔레비전을 생산해왔으나, 1개 직장을 합작생산 공정으로 꾸리고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출신의 중국인에게 투자를 받아 현재 수출용 LED 텔레비전 Hc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인 투자자는 이달부터 향후 3년간 Hc의 판매수익을 모두 가져가 투자 원금을 뽑아내기로 북한 대외경제성 및 공장 관리부서 측과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실제 북한 당국은 중국인 투자자가 제시한 판매가에 따른 수익을 100% 보장해주면서도 그보다 더 높게 판매가를 책정해 차액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3년 동안은 내부 수요를 충족시켜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외화를 거둬들이고 이후에는 와크(무역허가증)를 발행해 수출함으로써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목적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주목할 점은 평성리과대학 전자자동화학부 졸업생 10여 명이 공장에 기술진으로 배치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생산에 필요한 중·소규모 설비와 자재들은 모두 중국에서 들여오고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인력을 보장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수재들을 파견한 것은 중국의 반도체 및 전자회로 부품의 기술적 사항들을 파악해 우리 것(국산화)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 당국은 모조품이 생겨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뒷면에 일련번호를 적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텔레비전에 일련번호를 명시한 것은 이번 계기에 처음으로 시행된 국가규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현재 평양시내 외화상점에서 판매되는 Hc 텔레비전은 15·17·19·21인치 등 총 네 가지 모델로, 이 중 17인치가 가장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인치 텔레비전은 2시간 동안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면 최장 8시간을 켜둘 수 있지만, 다른 모델들은 완충 배터리 사용시간이 4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화면 크기가 조금 작더라도 충전 한 번에 더 오래 볼 수 있는 것을 사는 게 낫다’며 17인치 모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내장 배터리 기능이 좋아 대중 수요가 높은 17인치 Hc 텔레비전의 가격은 550달러로 다른 모델들보다 50달러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17인치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갑자기 하루 만에 50딸라(달러)가 올랐다”면서 “평양 사람들은 ‘아리랑 막대기폰(폴더형, 슬라이드형)이 처음 나왔을 300딸라였는데 잘 팔리니 500딸라로 올랐다가 700딸라까지 오르지 않았나. 그러니 이것도 하루라도 가격이 쌀 때 사야한다’면서 어떻게든 빨리 사려고 하고, 그래서 더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지방 수매상점들에도 제품을 공급할 계획으로 현재 시장조사(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평양과 달리 지방에서는 ‘50딸라도 안 하는 중국산 텔레비전도 많은데 왜 그렇게 비싼 것을 사나’라면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방 사람들은 그냥 중국산을 사고 남은 돈으로 쌀을 사먹는 게 낫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또 ‘지방과 평양이 마치 다른 나라인 듯 낯설게 느껴질 때가 바로 이런 특이품 판매 때다. 딸라를 물 쓰듯 하는 평양 사람들과 쌀을 사서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우리들의 차이가 바로 이런 데서 드러난다’는 말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