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심화하며 ‘절량세대’ 증가…주민들 “남조선 식량원조를…”

소식통 "농촌서 평균 10세대 중 1~2세대 곡기 끊겨, 4~7세대는 겨우 하루 한 끼 때울 정도"

북한 평안북도의 농촌 풍경. 한 주민이 밭 한가운데 앉아 있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에 식량이 없어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른바 ‘절량세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25일 “최근 절량세대가 급증하고 있고, 보릿고개인 4~6월까지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주로 음력 4월 보릿고개 때 절량세대가 발생했지만, 근래에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기인 연초부터 절량세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재해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농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만성적인 식량난이 더욱 심화하는 추세다.

먹을 것이 없어 굶는 세대는 도시, 농촌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도시는 허용된 시장 활동을 통해 절량세대가 상대적으로 드물게 나타나는 편이지만, 농촌 지역의 경우에는 평균적으로 10세대 중 1~2세대는 곡기가 아예 끊겼고, 4~7세대는 겨우겨우 하루 한 끼를 때울 정도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 실제로 최근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는 한 가족이 아사(餓死)하는 사건도 벌어진 것으로도 전해졌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먹을 것 없어 극단적 선택…회령시, 주민 식량부족 사태 긴급회의)

앞서 북한은 지난해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당(黨)이 제일 중시하는 농업부문에서 평가할 수 있는 성과, 자신심을 가지게 하는 뚜렷한 진일보가 이룩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소식통은 “공식적인 보고는 주민들에게 정부가 일을 잘해서 농사를 많이 지었다는 즉, ‘식량 걱정하지 마라‘는 내부 선전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협동농장에서 한해 농사를 지어도 제대로 분배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농장들에서는 가을에 수확하고 나면 국가로부터 받은 비료와 농기계 빌린 값을 물어내야 하고 군량미를 비롯해 각종 기관에도 식량을 바쳐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실제 농민들이 받는 분배량은 한 달분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직접 농사를 지은 농장원 세대에 떨어지는 몫 자체가 적을뿐더러 국가적인 배급도 기대하기 어려우니 식량난에 허덕이는 세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소식통은 부연했다.

이에 북한은 행정 기관을 통해 절량세대에 일정 정도의 식량을 보장해주도록 하는 나름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대부분이 인민반 등 이웃 주민 세대에서 곡식을 걷어 나눠주는 형태라 전반적으로 식량 사정이 어려운 주민들에게는 이 역시 큰 부담으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부 주민 사회에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을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수령님(김일성), 장군님(김정일) 시대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원조미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남조선(남한) 글이 새겨진 마대조차 보기도 어렵다”면서 “현재 주민들은 남조선과 국제기구의 식량원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사태로 시장 물가가 오르고 식량난이 극심해지면서 외부 원조에 대한 바람이 더 커지고 있으나 자력자강을 강조하면서 자체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 사대주의 현상과의 투쟁을 강력하게 벌이라는 지시 때문에 주민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