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 없어 극단적 선택…회령시, 주민 식량부족 사태 긴급회의

북한 함경북도 국경지대 모습. 소달구지에 주민이 타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한 가족이 아사(餓死)하고, 아사 위기에 처한 또 다른 한 가족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일과 7일 이틀간 회령시 읍에 사는 두 가족이 연이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회령시는 원래 산골 지대이지만 국경을 끼고 있어 밀수와 무역이 가능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도 별 탈 없이 지나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2년 넘게 국경이 봉쇄돼 밀수와 무역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고립상태에 빠져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와중에 이달 초 회령에서는 한 가족이 참담하게 굶어 죽고 이어 또 다른 한 가족이 먹거리가 없어 며칠간 굶다가 착화탄(가볍고 작은 구멍탄)을 피워놓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지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 사건은 회령시 당위원회에 즉각 보고됐고, 시당은 이 사안을 도 당위원회에 보고하기 전인 지난 8일 구체적인 정황과 주민 생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 읍 사무소에 회령시 당위원회, 인민위원회, 보위부, 안전부, 검찰소 책임일꾼들을 전부 불러들여 긴급 확대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시당은 이날 동사무소들과 기관기업소 일꾼들이 굶어서 직장이나 학교에 못 나오는 사례가 있는지 한집 한집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일일 보고체계를 세우라고 했는데 죽음이 날 때까지 뭘 했느냐면서 일꾼들을 일으켜 세워 직접적으로 추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당은 이번 회의에서 봄철을 맞아 주민 식량부족 사태를 미리 대비하라고 강조했는데도 왜 이런 참담한 일이 생겼는지 따지고 일꾼들이 주민들의 생활 형편을 돌아보는 사업을 등한시한 것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꼬집었다는 전언이다.

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밖에 나오지도 못하는 사정을 알면서도 남의 일처럼 등을 돌리고 사상 문제만 취급하니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느냐며 주민들을 죽게 만든 것은 무책임한 일꾼들이라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특히 시당은 간부 집이 굶거나 배고파서 출근을 못 하는 일은 없는데 왜 평백성들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느냐며 일꾼들을 몰아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당은 살릴 수 있는 주민도 영양실조로 죽게 만들거나 먹을 것이 해결 안 돼 낙심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것은 사회주의에 대한 배신을 키우는 일이라며 절대 이런 비참한 죽음을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회의에서는 더는 굶는 세대들이 없도록 하는 데 집중적으로 관심을 두고 굶는 세대들을 종합적으로 집계해 시급히 식량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의 토론이 이어졌으나 이에 관한 적극적인 대처 방안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일꾼들은 30% 이상의 주민들이 죽지 못해 살아가는 곤란한 형편에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인민반장이나 우리들(일꾼들)만 추궁하고 닭 모이 주듯 몇 킬로의 쌀을 내주는 것으로 굼때고(대충 넘기고) 있다면서 이런 땜때기(땜질)식으로 주민들을 어떻게 구제하겠느냐고 불만을 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