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꼴통 ‘北공산주의’ 南 진보로 둔갑”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2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자유토론방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가 몹시 어지러운데, 이름 즉 개념들이 너무 어지럽기 때문”이라며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운동권 학생들의 방해로 광주·전남 지역 대학생들과의 간담회가 취소됐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 사회의 정의와 기본적인 권리의 보장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결코 정의롭지 못한 폭력을 사용하고 남의 권리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 이런 경우는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로부터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어떤 수염을 기른 분이 이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했다”며 “이들이 이렇게 터무니 없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배경에는 도덕적인 우월감이 깔려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런 우월감은 모순된 사회를 바로잡아야 할 개혁진영에 내가 속해 있다는 선민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며 “그러나 설령 그들이 선민이고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하더라도 남의 권리를 무시하고 인격을 짓밟으며 사회의 기본 질서를 모독하는 그들의 행위는 도대체 정당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들이 자신들의 독선과 오만까지도 정당화시키는 근거로 삼는 소위 ‘개혁’이라는 말은 이 시대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말 중의 하나”라며 “그러나 이 땅에서 개혁처럼 잘못 사용되는 말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개혁은 말 그대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진보나 좌파가 친북이라고 해서 개혁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보수나 우파가 반북이라 해도 반개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에도 다소 좌파적이고 친북한정권적인 성향의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 당내에서 누가 봐도 잘못된 일에 대해 외면하거나 심지어 옹호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렇다면 그는 개혁이 아니고 반개혁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한 “기존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 보수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진보라면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공산주의는 퇴조 내지 용도폐기 되었기 때문에 북한의 공산주의는 수구 꼴통”이라며 “그러나 그 수구 꼴통인 가치가 우스꽝스럽게도 지금 남한에서는 진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잘못된 것은 ‘개혁’과 ‘진보’를 혼용하는 것”이라며 “보수와 진보는 방향성이 다를 뿐 모두 개혁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개혁 대 보수’와 같은 잘못된 용어를 계속 쓰다 보면, 개혁의 이미지는 몽땅 진보진영이 차지하게 되고, 이 땅에서 보수라는 개념은 마치 수구처럼 온통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더욱 잘못된 일은 친북과 반북이 좌우, 보수·진보의 개념에 끼어들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친북은 진보고 좌파로 분류되는 반면 반북은 보수고 우파로 분류된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친북, 반북 할 때의 ‘북’은 북한 주민이 아니라 북한 정권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주민의 생존권과 인권을 유린하고 절대왕조를 능가하는 시대착오적인 부자세습 독재정권을 두둔하면 진보 좌파로서 개혁이 되고, 이를 비난하면 보수우파로서 반개혁이 되는 것”이라며 “얼마 전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썼더니 나를 아는 어느 후배가 ‘형이 개혁적인 줄 알았는데 되게 보수’라고 해 어안이 벙벙한 적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