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북정책…무원칙 ‘정세 편승주의’가 ‘중도’라?

손학규 전 경기지사(사진)가 한나라당 공식탈당한 다음날인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무능한 좌파에 국민들이 신물이 나고, 낡은 수구에 국민들이 실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평화, 통합의 새로운 정치공간을 만드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의 낡은 수구적 행태를 비난하며 짐을 쌌다. 그는 탈당의 변에서 평소 소신대로 중도개혁노선을 표방했다. 손 전 지사 탈당의 변에 따르면 자신이 추구하는 ‘중도 이념’과 한나라당의 ‘수구적’ 행태와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출신인 손 전 지사는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시절부터 반독재 투쟁과 노동∙빈민 운동을 해왔다. 이로 인해 영남출신으로 당내 기반이 확고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와 정책적 차이와 함께 ‘당심’, ‘민심’에 있어 차이를 보여왔다.

손 전 지사측은 당 경선 과정에서 ‘빅3’로 분류되면서도 4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는 이 전 시장과 20% 지지가 확고한 박 전 대표와 달리 5% 정도의 지지율을 보이는 데는 이러한 지역주의와 민주화 운동 경력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한나라당에서 14년을 몸담았던 손 전 지사가 그 동안은 당내 개혁세력의 선두주자로 당의 정치적 외연을 확대해주는 존재로서 역할을 했지만, 대선정국에서는 결국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은 그에 대한 당원들의 외면으로 소외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 손학규 대북정책은 무원칙 편승주의?=최근 한나라당 지도부가 대북 강경기조의 수정의 불가피성을 피력하며 입장 변화를 피력하자 손 전 지사는 “내가 ‘햇볕정책 계승’을 말할 때는 듣지 않더니 이제서야 한다”면서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보수라고 규정할만 한 정책의 차이는 대북정책이 유일하다. 그러나 손 전 지사도 북한 핵실험 이후 가장 강경한 대북정책을 주문한 대권 후보 중 한명이다.

손 전 지사는 지난달 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알레르기 반응만 보일 게 아니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며 “북한이 핵 포기 조치를 시작하면 인도적 수준의 대북 지원을 넘어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해 더 강한 햇볕을 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 포기만으론 안 되고 자발적 개방까지 해야 도와줄 수 있다는 주장은 너무 수동적, 기계적 상호주의”라고 비판했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정략적 이용을 이유로 반대했던 한나라당의 입장에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예고하자 지난해 10월 성명을 발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한의 경제 건설은 영원히 그 기회를 잃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더 이상 북한을 편들거나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손 전 지사는 핵실험 이후 “튼튼한 안보만이 북핵을 저지할 수 있다”면서 한미동맹을 위해 PSI 참가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북핵 ‘2∙13합의’이후 북한의 초기이행 조치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나오자 손 전 지사는 자신이 햇볕정책의 계승자로 치켜세우면서 한나라당의 보수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이를 보면 손지사는 대북정책에 대한 확고한 철학도 없이 오히려 정세가 변화하는 데 따라 이리저리 편승하고 있다.

◆ 지지율 상승 안되니 남 탓?=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은 군부독재와 개발독재의 잔재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면서 당내 ‘줄세우기’ 관행이 탈당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개발독재)과 박 전 대표(군부독재)를 직접 비난한 말이다.

손 전 지사측은 대선정국에서 계파정치 따른 줄서기가 판을 치면서 손 전 지사의 탈당에 영향을 미쳤다고 항변한다. 이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캠프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몰리는 반면 개혁 성향의 초선의원들 조차 자신을 외면하는 상황 때문이다.

그는 ‘탈당선언’ 당시,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조차 대세론과 줄 세우기에 매몰돼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가 출마할 경우 목소리를 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진보∙개혁 초선 의원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던 것.

실제로 손 전 지사가 칩거 당시 머물렀던 낙산사 정념 스님 등에 따르면 손 전 지사가 “초선 의원들이 목소리를 낼 줄 알았는데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면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경선준비위원회에 투입할 자신의 대리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초선 의원들이 일제히 난색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은 손 전 지사의 탈당소식에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SBS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탈당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은 비슷했지만, 탈당 명분은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나라당이 과거로 돌아가려 하기 때문에 당을 떠난다는 손 전 지사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51.1%로 공감한다는 36.9%를 크게 앞섰다.

한편,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거침없이 비난하며 짐을 싸자 그와 절친했던 전여옥 의원은 “한나라당 덕에 온갖 영화 다 누린 사람이 어떻게 한나라당에 막말을 하고 떠나느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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