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친(親)서방세력 총선 승리, 발칸반도 위기 넘기나

지난 11일(현지시간) 총선에 돌입한 세르비아에서 보리스 타디치 현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DS) 중심의 친(親)서방정당연합이 39%의 득표로 승리, 코소보의 독립선언으로 인해 고조되었던 발칸반도의 위기감이 다소 수그러들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족주의 성향의 급진당(SRS)이 승리할 경우 발칸반도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될 것을 우려했던 많은 이들은 민주당의 대승에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발칸반도의 위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 2월 17일 전격적으로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로 인해 한치 앞을 예견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코소보의 독립선언에 가장 격렬하게 반응을 한 곳이 바로 세르비아. 세르비아는 2월 18일 개최된 대규모 항의 집회를 통해 “코소보는 세르비아 땅”이라며 분노를 터뜨렸고, 성난 시위대는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한 미 대사관을 점거해 방화를 저지르기도 했다.

코소보의 독립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입장도 현저히 엇갈렸다. 미국과 EU의 많은 국가들은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한 반면, 러시아는 세르비아의 편에 섰다. 총선에 돌입하기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는 민족주의 성향 정당들의 지지도가 더 높게 나타나, 그들의 집권이 발칸반도에 새로운 내전을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더욱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친서방정당의 승리를 고대한 EU의 지원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EU는 선거 직전인 지난 달 30일 세르비아와 ‘안정제휴협정’을 체결하고 지난 7일에는 비자면제 혜택까지 부여했다. 사실상 EU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그 동안 계속 EU가입을 추진해왔던 보리스 타디치 현 대통령의 정책에 힘을 실어준 셈이고,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세르비아 국민들이 코소보 독립 선언에 대한 분노보다 EU 가입을 통한 생활의 향상을 선택했다고 보고 있다. ‘민족’과 ‘이념’보다 ‘경제’와 ‘생활’을 강조한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이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EU는 민주당의 승리를 크게 환영하며 “세르비아 국민들의 판단이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고무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발칸반도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타디치 대통령은 승리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코소보 독립에 대해 국민감정과 민족주의 세력의 반발을 감안, “새 정부 역시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50% 이상의 지지율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상 어쩔 수 없이 연정을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지율에 따른 의석 배분을 보면 전체 250석 가운데 103석의 민주당 중심 친서방정당연합과 13석을 얻게 될 자유민주당(LDP)이 제휴한다고 해도 116석에 불과해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민족주의 세력인 급진당(77석)과 세르비아민주당(30석)이 연정을 이룬다면 107석이 된다. 더 큰 문제는 같은 민족주의 계열로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사회당(SPS)이 20석에 이르는 의석을 차지했다는 것. 만일 이 세 정당이 연정을 성공시킨다면 친서방 세력은 선거를 승리하고도 정권을 내주게 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그러나 급진당과 사회당이 서로 앙숙 관계에 있어 그 전망이 밝지 많은 않은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어쨌든 민주당의 예상 밖 승리로 인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발칸반도의 상황에 숨통이 트인 것만은 사실이다.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은 불확실한 상황을 의식해, “국민의 의지에 따라 선거 후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안개 정국 타개를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향후 민주당의 행보와 세르비아 국민들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