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양강도 삼지연군을 이상적인 산간도시의 전형으로 꾸리겠다는 목표로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미 시공한 건물의 외관과 옥상 형태가 설계와 다르다며 철거 후 재공사를 지시했다고 내부소식통이 26일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살림집 공사가 한창 진행돼 이제 마무리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허물고 설계부터 다시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시공에 관계된 기술자들과 노동자들이 건설 사단(2.16사단)의 지시에 한숨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재공사를 지시한 간부들은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살림집들을 내려다봤을 때 오각별 모양으로 되게 설계를 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오각별 모양이 선명하지 않게 보인다’며 재공사를 지시했다.
소식통은 “살림집을 5층 건물로 짓고 있는 조건에서 설계부터 다시 해서 공사를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이미 뼈대가 올라간 건물을 기초부터 마스고(부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삼지연꾸리기 일환으로 진행한 혜산-삼지연 철도 공사도 올해 8월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반 공사 부실을 지적해 재시공 수준의 보강공사에 들어간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올해 7, 8월 발전소 건설 현장 등을 다니면서 당과 내각, 경제지도 단위 간부들의 사업 태도를 호되게 질타하면서 간부들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살림집 재시공도 평양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 비행기로 삼지연을 방문하면서 관련 지적이 나왔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소식통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막대한 자재와 인력을 들여 건물을 지어놓고 하늘에서 본 지붕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건물을 부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건설 노동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재공사 지시로 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조기에 공사를 마치라는 상부의 지시 때문에 한 겨울에도 공사를 강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지연은 한겨울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까지 내려간다.
소식통은 “지역 주민들은 위에서 ‘아’ 하면 따라서 ‘아’하고, ‘어’ 하면 무조건 ‘어’만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인다”면서 “재공사하면 자재도 부족해서 외관만 그럴듯하게 짓고 내부는 대충대충 지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신삼 통일아카데미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백두산을 등반하는 등 삼지연이 주목을 받으면서 간부들이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진 것”이라며 “현지시찰을 하면서 당 조직의 문제점까지 질타하기 때문에 간부들이 알아서 조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