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 지역에서의 경계경비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에 넘어가 살던 20대 북한 여성이 압록강을 건너 양강도 삼지연시로 들어오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지연을 비롯한 양강도 전체에 삼엄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지난 24일 삼지연 국경연선에서 비법(불법)월경해 중국에서 3년간 살던 20살 여성이 조국(북한)으로 넘어온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에 조만간 양강도 전 지역이 개성처럼 봉쇄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소식통이 전한 사건 경위에 따르면 이 여성은 24일 새벽 1시경 비교적 강폭이 좁고 수심이 낮은 구간의 압록강을 건너 중국 쪽에서 삼지연으로 넘어오다가 야간근무를 서던 북한 국경경비대원들에게 발각됐다.
이 여성은 “넘어오지 말라”는 경비대원들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죽기 살기로 강을 건너다 한 경비대원이 쏜 공탄에 맞아 물속에서 정신을 잃었고, 이후 기절한 상태에서 경비대원들에게 건져졌다.
평안남도 숙천군이 고향인 이 여성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17세의 나이에 돈을 벌기 위해 삼지연에 왔다가 중국에 인신매매로 팔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부모가 모두 사망한 상태에서 두 남동생과 할머니까지 부양해야 했던 이 여성은 들쭉철에 증명서도 없이 삼지연에 와서 일하던 중 인신매매꾼에게 걸려 약 3만 위안(한화 약 520만 원)에 중국 남자에게 팔려갔다”며 “이 여성은 중국인의 집에 갇혀 살며 성폭행을 당해오다 3년 만에 겨우 도망쳐 나와 자기가 넘어온 곳으로 와서 강을 건넌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여성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삼지연시 보위부 구류장 독감방에 격리된 채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한 달가량의 격리 후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도 보위국에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철저한 국가방역태세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중앙 국가보위성에 보고되고 관련 제의서도 올려져 현재 삼지연을 비롯한 양강도 전체에 엄중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삼지연은 무조건이고 지금 양강도 전 지역을 개성처럼 봉쇄할 수 있다는 안건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면서 “또 현재보다 국경 경계경비가 3배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중앙에 올려진 제의서에는 ‘인민반 인원도 국경 방어에 동원하겠지만 양강도 주민 대부분이 밀수하고 또 중국을 동경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압록강 주변 도로단속대로 조직하기 곤란하다’는 지적과 함께 ‘양강도 전 지역의 국경선을 더욱 촘촘히 밀집 방어하기 위해 군 병력을 증강해달라’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현재로서는 압록강을 낀 연선도로는 주간에 공적 업무로 이동하는 차량이나 인원들도 깐깐하게 검열하도록 하고, 야간(21시~06시)에는 통행을 금지하는 등 10월 10일(당 창건일)까지 고도의 감시 및 단속 체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앞으로 유동이 금지되고 짐이나 몸수색, 검열도 수시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관별 포치가 25일 내려졌다”며 “주민들은 밀수도 못 하고 들쭉철, 잣철인 지금 열매도 못 따면 배급이 없는 형편에서 먹고살기 힘든데 큰일이라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지난달 개성에서 발생한 탈북민 월북한 사건과 이번 사건을 비교하며 북한 당국의 처사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에서 유사한 일이 터졌을 때 즉각 회의를 열어 이를 공개하고 봉쇄에 따른 어려움을 고려해 특별지원 물자도 전달했는데, 양강도는 그저 단속과 검열만 강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양강도나 개성이나 다 같은 인민이 아니냐면서 개성은 봉쇄한 뒤에 물자도 주고 했는데 우리는 옥죄기만 한다고 의견을 내고 있다”며 “주민들 속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맹물만 마시면서 집에 모신 초상화만 바라보고 충성을 맹세하라는 것이냐면서 최소한의 살 구멍은 열어줘야하지 않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이밖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인신매매나 생계 때문에 중국으로 넘어간 우리나라 여자들이 3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런 국가망신을 어떻게 공개하겠나’ ‘공개하면 중국인들의 인신매매도 만천하에 드러날 텐데 그럼 중국 형님에게 아우 취급을 받을 수 있겠나’는 등의 자조섞인 반응들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