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입당 대가로 헌납 강요… “당원증 받은 사람은 쌀 내라”

지난해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이 당원증으로 표결에 임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평안북도의 한 기업소에서 일하는 A 씨는 최근 당국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들었다. 기업소의 추천으로 꿈에 그리던 당원증을 받게 됐는데, 받자마자 ‘당원증 받은 사람마다 쌀 1t씩 내라’는 반강제적 지시를 받은 것. “넉넉지 않은 살림에 갑자기 쌀 1t을 내라니…” 당원이 된 기쁨도 잠시, A 씨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 당국이 입당한 주민들에게 당원증을 주는 대가로 물자헌납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 사회에서는 주민들이 돈이나 뇌물 등을 주고 ‘입당증’을 사는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당국이 노력일꾼들에게 당원증을 주면서 노골적으로 헌납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안북도 신의주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지난 12월에 당원증 수여식이 있었는데 책임비서가 갑자기 당원증을 받은 이들에게 쌀 1t을 내라는 명령을 했다고 한다”며 지인 A 씨가 직접 겪은 일을 전해왔다.

소식통은 “A 씨가 황당한 일을 당하자 바로 알려온 사실”이라며 “A 씨는 그동안 입당하기 위해 기업소에서 착실히 일하며 때로는 윗선에 노력(뇌물)을 기울이기도 하는 등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A 씨는 “지난해 12월 중순쯤 기업소 추천으로 입당을 하게 됐고, 이후 수여식에 참석해 당원증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수여식이 끝난 후 갑자기 책임비서(위원장)가 ‘각자 쌀 1t을 내라’라고 해 식장 안이 술렁거렸다”고 전했다. 당원증을 받았다는 이유로 당장 쌀 1t을 바쳐야 하는 ‘과제’가 떨어진 것이다.

사정이 힘든 A 씨는 결국 주변 지인과 이웃에게서 쌀을 꾸어 겨우 할당량을 채워 바쳤으나, 이제는 주변에서 빌린 쌀을 갚아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떠안게 됐다. 현재 북한 시장에서 쌀 1kg 가격은 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쌀 1t의 가격을 시장환율로 환산하면 약 560달러(한화 약 60만원)로 추산된다.

그는 “다른 사람들도 이것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했다”면서 “주변에서는 ‘입당해 당원이 되더라도 예전처럼 영광스러운 것도 아니고 당원증 없이도 돈만 있으면 크는 세상인데 뭐하러 당원증을 받느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에서는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입당을 꺼리는 풍조가 짙어지고 있다. 당 조직생활에 충실해야 하는 당원은 그렇지 않은 비당원에 비해 장사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혹여 비사회주의 단속에라도 걸리면 출당조치를 당해 감시 대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에는 개인 기업소에서도 당원 채용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또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뇌물을 바치고 입당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당원의 명예와 위신이 예전만큼 못하다’라는 인식도 널리 퍼져있다는 전언이다. 소위 돈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당원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교화소에 갔다 온 사람도 쌀 10t만 바치면 당원이 되는 것 아니냐’, ‘밖으로는 사회주의를 외치지만 실제 안에서는 당원증 받는 것에서부터 자본주의 물이 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주민들은 ‘출세를 위해서는 당원증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당국의 황당한 헌납 요구에 불만을 표하던 A 씨 역시 “나도 이왕이면 당원증을 받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 열심히 노력해 얻어냈지만 결국 남은 것은 꾼 쌀에 대한 빚 뿐”이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