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법정에 세워놓고 검사·변호사 대결”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또한 올초 정전협정 폐기를 주장하면서 대외적인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지난 5월에는 개성공단을 일방 폐쇄시켰다. 이러한 김정은의 도발적인 행보가 더욱 심해지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북한 체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한반도 미래에 크나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북한 문제를 슬기롭게 풀기 위해서다. 


대학생 학회나 연구회 등은 북한에 관한 여러 가지 주제로 학술회의 등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결성된 동국대 북한학과 ‘학술동맹’ 학회는 매주 ‘역대 대통령들의 대북정책’ ‘북핵의 역사’ 등과 관련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학술동맹’은 북한 주민들이 소속된 조선직업총동맹, 조선민주여성동맹 등의 사회단체 이름의 ‘동맹’과 북한 정보의 창구가 돼 보자라는 취지에서의 ‘학술’이라는 단어를 결합해 탄생했다.



데일리NK는 최근 박영민 동맹장(사진)을 만나 동맹 활동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학술동맹’의 결성 계기는 무엇인가


동국대 북한학과가 학과제로 변경된 지 4년 남짓이 됐다. 학과제 변경 이후 수적으로 증가한 학과 학생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학술 모임에 대한 수요가 있어 지난해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 


-‘학술동맹’이라는 학회 명칭이 독특하다


북한에는 조선직업총동맹·조선민주여성동맹 등 조선노동당과 북한 인민들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여러 ‘동맹’들이 존재한다. 북한에 대한 정보의 소통 창구가 돼 보자라는 취지에서 ‘동맹’이라는 단어에 ‘학술’이라는 단어를 결합해 명칭을 만들었다.


-‘학술동맹’의 규모나 운영 방침 등에 대해 설명해 달라


현재 70여 명 규모의 북한학과 내에서 20명 정도가 학술동맹에 참여하고 있다. 동맹은 몇 개조로 나눠 각 조에 한 명의 ‘멘토’와 수 명의 ‘멘티’로 밀착형의 지도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학과 학생회와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다.


-‘학술동맹’의 주요한 활동은 무엇인가


자칫 극단적인 정치활동으로 변질될 수 있는 대외활동을 지양하고 학과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내부적 학술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해방정국에서 남북 단독정부 수립까지의 흐름’ ‘역대 대통령들의 대북정책’ ‘햇볕정책’ ‘북핵의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토론을 진행했다.


-정치적 활동을 지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북한에 대한 시각이 좌우 양 극단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에 소속되거나 추종을 하게 되면 전공자가 갖춰야할 균형 감각이 실종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동맹 차원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성공단 파행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 간의 실무회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기본적으로 신뢰는 대화의 ‘결과’지 ‘전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충분히 비난받을 만한 도발을 일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정부는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북한을 우선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필요하다.


-2011년 ‘북한학과 폐지’ 논란이 일었다고 하던데


명백히 부당한 일이었다. 북한학이라는 분야는 정치학·경제학·지리학·언어학 등 기존 학문에 종속될 수 있는 성격의 분야가 아니다. 특히 동국대 북한학과의 경우 지난 1994년 분단체제 자체의 모순에 대해 탐구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세계 최초로 개설된 북한학과다. 이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해 대학생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흥미위주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관심이나 흥밋거리 위주의 관심은 ‘정보 한정’의 문제를 낳는다. 평소에 관심갖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특정 매체나 단체의 주장에 휘둘릴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심화되면 편협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활동계획이 있다면


오는 10월에 있을 세미나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이 세미나는 딱딱한 논문발표의 형식보다는 ‘법정극’ 형식의 퍼포먼스로 진행된다. 연일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을 피고의 위치에 놓고 강경한 검사와 온건한 변호사가 논리적으로 대결하는 형태로 이끌 예정이다. 또한 판결은 따로 내리지 않고 참석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열린 태도를 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