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은 김정일과 180도 다른 종(種:DNA)이다

[김정은 집권 10년②] 외견상으로만 계승성 강조...성격‧통치행태‧정책노선 180도 달라

지난 10월 11일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개막식에 참석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뒤로 원수복을 입은 김정은 사진과 ‘주체의 핵강국 미싸일 맹주국’ 구호가 걸려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다가오는 12월 17일은 북한의 2대 수령 김정일이 사망한 지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곧이어 30일은 3대 수령 김정은이 최고권력자로서 첫 직책인 군 최고사령관에 오른 북한 정치사적으로 의미 있는 기념일이다.

지금 북한은 당정군과 지역별로 김정은의 지난 10년 치적을 부각하면서 또 다른 10년을 다짐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하순에는 올해 초 8차 당대회에서 결의했던 ‘핵과 자력갱생에 기초한 정면돌파전 2.0노선’의 총결산과 2022년 시행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김정은이 직접 주재한 당정치국회의(12.1)와 군사교육일군대회(12.4~5)를 비롯한 각종 논조를 평가해 볼 때, 북한이 금명간 대화·협상의 장(場)으로 복귀하는 등의 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기존의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와 북한사회 개조 활동에 계속 주력해 나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총적으로 올해는 승리의 해….다음해는 올해에 못지 않게 대단히 방대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중요한 해이다”(2021.12.1 김정은의 당정치국 회의시 발언)/ “지난날 열강들의 흥정판에 올라 난도질당해야만 했던 조선이 오늘은 세계적인 군사강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라선 존엄 높은 나라,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승리를 담보하는 강위력한 보검을 틀어쥔 위대한 나라로 되었다”(2021.12 북한의 대외용 월간지 <조선>)

김정은에 대한 오판

이런 국면하에서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 드라이브’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아예 문 대통령은 방한한 미국 오스틴 국방장관과의 접견(12.2)시 “차기 정부에 북미대화와 남북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을 물려주기 위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며 복심(腹心) 아닌 복심을 공개했다.

다음 정부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의 바통을 넘겨주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지만, 바이든의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12.6), 110여 개국이 참가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12.9~10) 등 가열되는 패권 경쟁에 대한 예측과 적절한 대응은 차치하더라도 김정은의 통치행태와 전략‧전술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의문스럽다.

현 정부는 김정은이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극장국가의 지도자이고 냉혈한 승부사라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솔직한 지도자”로 평가하는 발언까지 했다. 상대편과 대화를 잘 진척시켜 나가기 위한 수사(rhetoric) 차원으로 이해하려 해도 표현이 너무 과하다.

‘2018년 한반도의 봄’은 ≪김정은의 이중전술≫, 즉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국의 위상을 굳히기 위한 고도의 위장평화 책동이었음이 지난 3년여간 보여준 행태를 통해 다각도로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의 선의를 믿고 또 믿으며 이른바 진보정권,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유화접근법만이 절대진리인양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북한에 끊임없이 러브콜(love call)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 10~20년의 진보정권보다 창의성과 현실인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그야말로 대변혁기다. ▲김정은은 김정일과는 완전히 다른 종(種)이다 ▲북한의 전략적 위치(‘사실상의 핵보유국’)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 ▲동북아·세계 질서의 급격한 변화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의 안보팀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당위성만 얘기하며 케케묵은 구닥다리 방법을 그대로 베껴 쓰고 있다. 아니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 아전인수(我田引水),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비판을 들을 만도 하다. 한발 더 나아가 국가안보를 걱정하며 당당한 남북교류협력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반평화주의자·대결주의자로 낙인찍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오늘은 현 정부 대북정책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자리는 아니다. 이와 관련된 사항은 지난 11.5자 데일리NK의 ≪곽길섭 북한정론≫ “복차지계: 지금은 3차 북핵위기 국면이다”를 참조하면 된다. 단지, 김정은 집권 10주년을 맞아 그의 통치방식과 정책노선이 선대(先代)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만 애기할까 한다.

이를 통해 현 정부가 김정일과는 완전히 다른 ‘여러 얼굴을 가진(milti-faced) 승부사·냉혈한’을 상대로 과거 20년 전에 사용했던 대북정책과 비슷한, 아니 훨씬 뒤떨어져서 삼척동자도 바로 알고 코웃음칠 단선적인 전략전술을 구사해 오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간접적으로 지적하고자 한다.

북한 금수산태양궁전
북한 평양 대성구역에 위치한 금수산태양궁전 내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동상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정은은 김정일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김정은은 김정일의 노선을 계승해 왔을까? 한마디로, “절대 아니다”(Absolutely not)이다. 김정은은 3대 부자세습 정권이기 때문에 외견상으로는 계승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주목해 보면 북한을 180도 다른 나라로 전변시켜 나가고 있다.

그나마 선대 정책을 계승하고 있는 분야가 ‘전 한반도 공산화 통일’ 목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상투적인 슬로건이 아니다. 경제외교적 리스크를 감내하며 대단히 공격적으로 능력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김정은은 왜 김정일과의 차별화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그것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김정은의 어린시절부터 형성된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잠재적인 반감, 그리고 자신이 건설하고 싶은 세상이 선대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적시해 본다.

  1. (출신성분) 가장 먼저 태생이 완전히 다르다. 김정일은 적장자(嫡長子)이다. 그렇지만 김정은은 서자(庶子) 출신이다. 그것도 이복형 김정남을 포함한 3형제 중 막내다. 김일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감춰진 손자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북한에서 공교육을 일체 받지 못 했고, 또래 친구도 없다. 청소년기가 되자 스위스로 보내졌다. 이로 인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김일성을 벤치마킹하면서도 할아버지와 같이 찍은 사진 한 장도 공개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성장 과정은 김정은을 콤플렉스형 인간으로 만들었다.
  2. (후계수업) 김정일은 당에서, 김정은은 군과 보위계통에서 정치수업을 시작했다. 완전히 다른 경로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수업 기간이 너무나 짧았다. 김정일은 1964년 당 조직지도부 지도원으로 시작하여 30년간 차근차근 활동폭을 넓혔지만, 김정은은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된 후 얼마 안 되어 김정일이 사망함으로써 정치경험이 너무나 일천했다. 불과 3년에 불과했다.
  1. (공식 승계) 김정일이 3년상(1994~1997)을 거쳐 최고수뇌 자리에 공식 취임한 것과 달리, 김정은은 불과 10여일 만에 군 최고사령관 직에 취임하였다. 신중함보다는 공격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다.
  1. (유학 경험) 김정일은 순수 국내파이고, 김정은은 해외유학파이다. 경험과 시각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1. (형제 서열) 김정일은 맏형이고, 김정은은 막내다.
  1. (성격) 김정일은 내향적이고, 김정은은 외향적 기질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김정은은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오고 있다. 아니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년은 이 같은 노정의 연속이다.

  1. (조기 홀로서기) 김정일은 김일성과 오랜기간 동안 공동통치를 해왔기 때문에 항일빨치산 등 원로그룹들과 함께 국정을 운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리영호 군총참모장 등 김정일이 지명한 후견인들을 대부분 조기에 숙청하고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자신이 젊고 국정경험이 부족하다는 열등의식, 아버지의 선택을 거부하고자 하는 속마음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 (친지 살해)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고모부 장성택, 이복형 김정남 등 가족, 친지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잠재된 콤플렉스와 정치적 후환 제거라는 두 측면이 작용했다고 평가된다.
  1. (영부인) 김정일은 북한주민들이 자신의 부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본처와 애첩들을 장막 뒤에 숨겼다. 그러나 김정은은 ‘리설주 신드롬’이 생길 정도로 각종 행사에 젊은 부인을 거리낌없이 대동했다. 김정은이 2012년 7월 미니스커트를 입은 리설주와 팔짱을 끼고 간부들과 함께 능라인민유원지를 시찰한 것은 개혁개방 마인드를 시사해주는 동향이라기보다는 “나는 아버지와 다르다”라는 점을 주변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 행동이라고 판단된다.
  1. (사생활) 김정일은 방탕한 기쁨조 파티를 즐겼지만, 김정은은 아직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 (연설) 김정일은 공개연설을 하지 않았다. 신비주의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지만, 신년사도 신문 공동사설로 대체할 정도였다. 그러나 김정은은 수시로 다양한 형태의 연설을 하고 있다.
  1. (이동수단) 김정일은 고소공포증, 경호 등을 고려하여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김정은은 비행기 이용은 물론이고 직접 조종하기도 한다.
  1. (현지지도) 김정일의 현시시찰은 사전에 잘 짜여진 각본에 입각해 본보기 모델 창조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그렇지만, 김정은은 불시 시찰을 즐겨한다. 심사가 뒤틀릴 경우, 관계자를 즉결처형하기도 한다. 전방 해안기지를 쪽배를 타고 불쑥 방문하기도 한다.
  1. (정책결정) 김정일은 소수 측근들과의 비공식 밀실통치를 선호한 반면에, 김정은은 당정군 공식회의체를 활용하여 정책을 결정‧집행하고 있다.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이 6차 당대회(1980.10) 이후 36년간 개최하지 않았던 당대회를 2차례나 개최하였다.
  1. (용인술) 김정일은 당조직비서,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핵심 포스트를 공석(空席)으로 두고 부부장을 활용한 통치를 하였다. 그러나 김정은은 충성심이 확인된 최룡해, 김원홍 등을 보임하여 적극 활용하였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는 토사구팽되었다.
  1. (군부인사) 김정일은 군부를 신뢰하여 변화를 크게 주지 않았으나, 김정은은 특정 인물과 조직으로의 권력집중을 경계하여 수시로 물갈이했다. 국방상의 경우 김일성 시대는 46년 동안 5명, 김정일 시대는 17년간 3명이었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10년 동안 8번이나 교체를 단행하였다.
  1. (체제목표) 김정일은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비현실적인 슬로건을 내걸었으나, 김정은은 강성국가라는 표현으로 바꾸었다. 글자 한자를 바꾼 것이지만, 김정은의 현실적인 마인드를 읽을 수 있다.
  1. (수령관) 김정은은 수령 무오류성의 원칙과 달리, 악어의 눈물을 보이거나 자신이나 북한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하고 있다. 친인민적 지도자 이미지를 만들고 주민 분발을 독려하기 위한 극화적인 행동으로 평가된다.
  1. (공산주의관) 김정일 시대에는 공산주의 표현을 삭제하였으나, 김정은은 2021년 초 8차 당대회에서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또다시 당의 최종목표로 설정하였다.
  1. (핵심정치) 김정일 시대는 선군정치가 트레이드마크였지만, 김정은은 전통적인 선당정치를 복원하였다.
  1. (통치시스템) 김정일은 국방위원장 직함으로 통치하였지만, 김정은은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무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정상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고양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1. (핵정책) 김정일은 핵개발의 모호성을 바탕으로 한 경제외교적 실리 획득에 주력하였지만, 김정은은 공격적인 자세로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하였다. 그리하여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다.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였으며, 당규약에 ‘핵을 기초로 한 통일’ 목표를 규정하였다.
  1. (군사력) 김정일은 재래식 군사력 증강에 주안을 두었으나, 김정은은 핵·미사일 등 첨단 전략군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1. (경제건설) 김정일은 공장, 기업소, 발전소 등 기간산업에 중점을 두었으나 김정은은 평양 려명거리, 마식령 스키장, 관광지 조성 등 전시성 건설 사업과 관광특구 개발에 주안을 두고 있다.
  1. (남북관계) 김정일은 통일을 강조하면서 금강산관광·개성공단 등 남북협력 사업을 진행하였지만, 김정은은 통일보다는 핵을 기반으로 한 평화를 주창하면서 남북교류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김정은이 금강산관광 사업을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비난(2019.10)하고 개성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2020.6)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 (대외정책) 김정은은 친중 일변도였지만, 김정은은 미국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였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삼지연시 꾸리기 3단계’ 공사실태를 료해(파악)하기 위해 삼지연시를 현지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3단계로 나눠 추진된 삼지연시 건설사업이 올해로 결속된다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결 어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김정은은 김정일과 전혀 다른 성격, 통치행태, 정책노선을 가지고 있는 리더이다. 이는 개인의 태생적 차이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도의 복선(伏線)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3대 부자세습 정권의 특성상 선대를 정면으로 비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세계(이른바 ‘김정은몽’)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현재 북한은 겉으로는 계승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바야흐로 ‘김정은의 나라’가 건설된 것이다.

그럼, 우리는 ▲탈(脫) 김정일을 지향하는 ▲콤플렉스와 야망으로 똘똘 뭉쳐있는 ▲승부사, 독재자, 냉혈한인 김정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필자가 이번 글에서 답을 별도로 적시하지는 않겠다. 너무나 자명한 데다가, 그간 여러 계기를 통해 수없이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현안 중의 현안인 ‘종전선언 채택’ 문제에 대해 간단히 전망해 보는 걸로 대할까 한다. 불행히도, 현 정부의 종전선언 드라이브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의도와 추진 과정이 그야말로 억지춘향인 데다가, 김정은의 대전략과 전술을 완전히 오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김정은이 얼마남지 않은 대한민국의 대선 정국에 개입하고 대북 경제제재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호응해 나오더라도 원-포인트(one-point) 전술로 그칠 확률이 크다. 김정은이 지난 12월 초에 전군의 교육관련일군 6천 명을 평양에 소집하여 이틀 동안이나 강습회를 진행한 것을 예사롭게 봐서는 안 된다. 통일부의 ‘일상적인 대회’ 평가는 거의 직무방기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은 종전선언 논의 국면에서 플랜A와 B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콤플렉스와 야망을 지닌 독재자, 승부사, 냉혈한’인 김정은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지나온 10년을 봤으면, 앞으로 10년도 볼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북한이 종전선언을 거부하든, 호응하든지를 불문하고 ▲핵보유국 노선을 지속 견지하면서 ▲남남갈등, 한미이간, 대북 제재공조 와해를 노린 이른바 ‘3대 혁명(대내-대남-대외) 역량 강화 노선’ 관철 투쟁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는 김정은이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계속 거부해 오고 있는 상황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금 그의 속마음은 중국의 고사성어 “와신상담(臥薪嘗膽)”과 2002년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 히딩크 전 감독의 “나는 아직 배고프다(I’m still hungry)”로 설명되어 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김정은이 또다시 무대로 나온다면 그건 너무나 자명한 일이 아닐까? 우리도 비둘기나 파랑새 얘기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상과 소망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남북관계에서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도덕적 우위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무형의 실리도 함께 챙길 수 있다. 그렇지만 이상이나 당위성에 집착하여 현실을 경시하면 실망감을 넘어 국가적 위기,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안보는 공기와 같아 평소에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 당연한 줄 안다. 그렇지만, 국가안보가 흔들리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것은 역사의 진리이다.

이제 우리는 김정은을 바로 보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북한은 수령유일 독재체제이고, 김정은은 한반도 적화통일을 목표로 하는 승부사·냉혈한이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대결노선으로 회귀하자는 게 절대 아니다. 자유 대한민국이 선도하는 핵 없는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을 위해서이다. 대한민국은 평화적 수단에만 의지하지만, 김정은은 핵과 통일전선전술을 배합하며 우리를 겨누고 있다. 누구의 손에 한반도의 미래를 맡겨야 하겠는가? 미혹(迷惑)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자. 바른 진단이 바른 처방의 기본이다.

※ 본 정론과 관련된 세부 사항은 필자가 출간한 『김정은 대해부』(2019.4), 『김정은과 바 이든의 핵시계』(2021.7), 데일리NK의 ≪곽길섭 북한정론≫코너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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