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15여 년 이어진 북한 인권운동은 크게 북한민주화 방향으로 진행됐다. 작게는 북한인권 실현을 위한 정책개발, 연구 및 저술, 탈북자 긴급 구호와 지원 등 다양한 활동으로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관련 단체들은 북한의 인권이 세계 최악이라는 사실을 곳곳에 전파하고 북한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데일리NK는 ‘북한문제’라는 딱딱한 이슈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10여 년간 책을 발간하고 있는 황재일(사진·푸른사람들 대표) 도서출판 시대정신 부 대표를 만났다. 황 대표는 대중들이 북한문제에 대해 관심이 적다는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향후 전자책을 통해 북한문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전자책으로 북한 관련 도서 출판을 시작했던 동기가 궁금합니다.
북한인권 문제가 한국사회의 마이너리그 문제라면 전자책은 출판시장의 마이너리그, 퓨처스리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낮다는 이야깁니다. 실제 종이책과 전자책의 독서율 간 차이가 무려 12배에 이르고 있습니다.
때론 대중들의 관심이 적어 무력감도 느껴질 때가 있지만 북한인권을 지속적으로 논하는 이유는 그것이 양심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고 문화콘텐츠의 원천소스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출간에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입니다. 전자책은 그 형식만 달리하는 것입니다.
-푸른사람들을 통해 출간된 전자책을 소개해 주십시오.
푸른사람들은 푸른 생각으로 책을 만들고 독자들이 푸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식물이 꽃과 열매를 맺기 전에 잎을 틔우듯,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게 만드는 이슈나 주제, 즉 북한인권과 같은 주제를 전자책 중심으로 출판하려는 것입니다.
전자책을 전문으로 출판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고 준비할 게 많아서 아직까지 출판한 책은 별로 없습니다. 현재 ‘통일을 만드는 사람들’ 1·2, ‘진보에서 타고 종북에서 내리다’, ‘통일을 여는 사람들’ 1·2(근간)를 출판했고, 앞으로도 이 같은 주제로 출간할 계획입니다.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의 수요가 적은데, 전자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출판하려는 분야와 관련됩니다. 주지하듯이 북한인권 운동은 최소 1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야의 도서는 종교단체에서 발간한 통계는 잘 모르기 때문에 정치사회분야로 국한하여 이야기하면 200권 남짓입니다. 제가 관련 분야의 책을 직접 만든 것만 40권 정도 되는데, 관련 분야의 도서 25%를 만든 셈이죠.
그런데 그런 경험으로 얻은 결과는 이 분야의 책이 안 팔린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팔려야 다른 책을 만들 수 있는데 판매가 계속 부진하니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죠. 당연히 북한인권을 주제로 한 책을 계속해서 출판하기 어려워진 환경에 처한 겁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경영상태를 개선할 수 있고, 독자가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전자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겁니다. 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구시대적인 북한인권 실태를 최첨단 디지털 방식으로 알리려는 것이죠.
-사업을 한다기보다는 북한인권운동을 한다고 느껴집니다.
대학 시절 일명 주사파운동을 했습니다. 자연히 북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 기아사태라는 엄청난 일이 발생합니다. 반신반의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김정일 정권의 폭정에서 비롯된 일임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무거운 책무를 느꼈습니다. 사태가 그렇게까지 심각하지 않았다면 그냥 자기 일만 하며 묵묵히 살았을 겁니다. 그런데 사태가 보통 심각했습니까?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나부터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북한인권운동 단체에서 활동을 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으니 사업보다는 운동에 관심이 더 많은 게 사실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북한인권운동이 15년간 지속되면서 만들어진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정보들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력과 돈이 부족해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저는 콘텐츠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몇몇 단체와 협약을 한 상황인데, 대북라디오방송사의 우수한 콘텐츠를 오디오북이나 전자책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그리고 단체에서 발간한 기관지나 소식지 등을 재구성하여 전자책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이 밖에도 동영상, 발표문 등의 자료와 정보가 있는데, 이는 차제에 기금을 조성해서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