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촌 지역의 식량 사정이 악화하면서 굶주리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현재 평안남도와 자강도 등 북한 곳곳에서 먹을 식량도 식량을 사 먹을 돈도 떨어진 이른바 ‘절량세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지금 본격적으로 농사를 해야 하는데 많은 세대가 집에 누워있다”면서 “농사를 하러 나온 사람 중에도 일하다 힘이 달려 그냥 그늘에서 쉬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절량 농가가 있어도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았고 국가가 계획적으로 관리할 정도였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면서 “뙈기밭(개인 소토지)에 심을 것들도 먹어치우고 그도 모자라 강냉이(옥수수) 고리대를 한 집도 많아 고리대하는 사람만 신났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대부분 5월 말이나 6월 초 춘궁기에 절량세대가 나타났는데 올해는 4월부터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과거에는 봄철에 씨앗을 다 심고 난 뒤에야 먹을 것이 없어서 굶는 세대가 등장하곤 했지만, 지금은 씨앗을 심으러 나올 힘조차 없을 만큼 이미 굶주리는 세대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금 나올 힘이 없으니 당연히 (모내기) 전투 진행이 안 되고 있다”면서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대량아사시기) 때처럼 굶어 죽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주민들은 그때처럼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앞서 지난 9일 또 다른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평원과 숙천, 문덕 등 서해안 주요 농업 군에서 5월 모내기 노력(인력) 부족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이 소식통은 “‘식량이 없어 (농촌 동원에) 나가지 못할 주민들이 많을 것 같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보기 – 北평남, ‘모내기 전투’ 앞두고 인력 부족-생육 부진 ‘비상’
한편 현재 자강도에서도 절량세대가 증가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대북제재를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강도 소식통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장기업소에 남새(채소)를 전문적으로 대주는 남새반이 있는데 그 작업반에서 절량 농가가 많이 나왔다”며 “제재 때문에 올해부터 공장이 멈춰 남새값을 치러주지 못하게 됐고, 공장에만 의존하던 사람들이 돈을 받지 못해 굶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그는 “남새반만 타격을 입은 게 아니다. 공장에 다니던 사람들도 월급을 못 받아 거지 신세가 됐고, 이 사람들이 지갑을 싸매니 장마당도 한겨울인 마냥 썰렁해졌다”면서 “우리 지역은 돈벌이 수단이 없어 걱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현재 북한 주민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의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실제 상당수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강도의 한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한 북한 주민도 “유엔에서 제재를 하니 공장기업소도 정지되고 그것 때문에 장마당에 돈이 돌지 않는다”면서 “가지고 있던 밑천을 다 써버릴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제재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