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軍, 돈 있으면 집에서 ‘군사복무’ 할 수 있다?

“충성! OOO은 O박O일 휴가를 명받았기에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군인들에게 휴가는 최고의 바람이다. 그러나 북한 군인들은 10년이라는 긴 복무기간 동안 한차례의 휴가도 없이 제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복무규정에는 정기, 비정기 휴가가 명시돼 있지만 정세긴장 등을 이유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2009 북한개요’는 “복무 중에는 규정상 연 1회의 정기휴가(15일)와 본인의 결혼이나 부모 사망 시 특별휴가(10~15일), 표창휴가(10~15일)등이 있다. 그러나 정기휴가는 1968년 미국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이후 정세긴장을 이유로 실시하지 않아 휴가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본인 결혼(군관 해당)이나 직계가족 사망 시 실시하는 특별휴가는 사정휴가, 청원휴가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직계가족 사망의 경우 사망 통지서가 지연 배달되고 휴가수속이 까다로워 사망 후 20일이 지난 후에나 귀향하는 사례도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입국 탈북자들 대다수도 규정에 나와 있는 정기휴가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증언했다. 표창휴가 역시 국가적 공을 세우거나 김정일·김정은 부자에게서 칭찬을 받았을 경우에나 가능하다. 결국 운(?)에 따라 극소수만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항공 육전대(조선인민군 570군부대, 1999년 이후 폭풍군단) 출신 탈북자 함명식(30) 씨는 “표창휴가는 큰 공을 세워야 받을 수 있다.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수 있다”고 했고, 국경경비대 출신 탈북자 박영석(32) 씨는 “복무기간 간첩을 잡아야 표창휴가를 갈수 있는데 간첩이 어디 있겠는가. 부모가 사망해도 집에 가기 힘든데 휴가란 꿈도 못 꿀 일이다”고 말했다.


박 씨는 “기념행사나 국가에서 하는 열병식에 참가 한 군인들 중 일부는 행사가 끝난 다음 표창휴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군인들이 다 참가하는 열병식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 군인들에게 차려지는 휴가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북한 군인들에게도 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 부대에 필요한 시멘트, 쌀 등 이른바 물자구입을 명목으로 휴가가 생겨났다. 1990년대 초부터는 일선 부대의 재량에 따라 물자구입 명목의 휴가가 관행이 되고 있다.


데일리NK는 최근 북한군 내에 강냉이 100kg을 부대에 바치면 보름(15일)간 휴가를 주는 관행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본지 4월 15일자 기사 참조) 식량난 악화에 따른 부대별 자구책의 일환으로 대가를 받는 대신 군인들에게 휴가를 주는 것이다.


함 씨는 “군인들이 집에 가고 싶으면 물자구입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고, 박 씨도 “힘든 생활을 해나가시는 부모들에게 폐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에 가기위해 군인들은 물자를 구입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전했다.


결국 집안이 부유한 군인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휴가인 셈이다. 한 탈북자는 “보름간 물자구입으로 집에 가면 그 대가로 부대에 필요한 물자를 내야 하는데 부모들이 자식을 위해 집안 가산을 파는 때가 있다”며 “한마디로 돈이 있으면 군사복무를 집에서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