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푸틴 대통령에 “(북러정상회담은) 앞으로 전략적으로 이 지역 정세와 안정을 도모하고 공동하고 정세를 관리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문제들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기 위함이다”며 “전통적인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새 세기 요구에 맞게 건전하고 발전적으로 키워나가는 데서 나서는 그런 문제들을 교환하고자한다”고 말했다.
북러 정상 간 회담은 지난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과 회담 후 8년 만이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라인을 정비했고, 동시에 체제 결속도 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NK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 과정에서 나타난 특기할만한 사안을 정리해 봤다.
대외 협상에 기존 통일전선부 물러가고 외무성 부상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난 이후 북핵 실무의 전면에 섰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대신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정상회담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통일전선부는 본래 역할인 대남 사업을 담당하도록 하고 외교라인에서 대미 협상을 담당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 노딜의 여파로 실무자들의 업무분장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당(黨) 조직지도부에 통일전선부에 대한 사상검열을 실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대남 부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한 사상을 검열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 “김정은, 통일전선부 사상검열 지시”…김영철 해임 관련있나?)
정상회담에서 사라진 김여정…대남 사업 맡나?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밀착 수행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이번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김 제1부부장이 선발대로 러시아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으나 카메라에 모습이 보이지 않아, 러시아에 동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은 의전 뿐만 아니라 북미 현안에도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정상회담에서 빠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대남 사업 위주의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미 실무라인을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바꾼 것과 비슷한 이유로 실무자들의 업무 분담을 보다 확실히 해 대미, 대남 부분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北조평통, 북러 정상회담 당일 대남비난 나서
북러 정상회담 당일 북한이 당국 간 공식 채널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통해 대남 비난을 내놓았다.
조평통은 25일 대변인 담화에서 최근 시작된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비난하며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살려 나가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시기에 우리를 반대하는 노골적인 배신행위가 북남관계 전반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평통이 공식적으로 남측을 비난한 것은 11개월 만으로, 지지부진한 남북관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남 라인 정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北 노동신문 ‘애국·애민 헌신’ 부각하며 내부결속 다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우리 원수님!’이라는 제목의 정론을 통해 지난 1월 중국과 3월의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에 이어 4월에 또 다시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인민에게 행복을 마련해주기 위해 불철주야 헌신’ 해왔다는 점과 ‘사랑하는 조국과 인민을 위해 또 다시 외국 방문의 길에 오르신 자애로운 어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헌신적이고 애국애민의 지도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헌신하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실제, 신문은 ‘일심단결 총진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정상회담마다 등장하는 현송월…러시아 예술단 북한 방문하나?
반면, 김 위원장이 지난 24일 러시아와 북한의 접경 지역인 하산역에 도착해 러시아 측 인사들과 환담을 마친 뒤 이동 사진 속에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1,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특별한 역할이 없었던 현 부부장이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도 동행한 것이다.
북한은 대북제재로 인해 교류가 상당히 막혀있는 상황에서 문화 교류를 통해 상대국들과의 관계를 진진시켜 나가려고 하고 있다. 여기서 현 부부장이 실무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현 부부장이 이번달 초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당 중앙위원으로 임명돼 문화 예술 관련 역할이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북중정삼회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중, 북-베트남 간의 예술단 교류와 공연이 진행된 만큼 향후 북한과 러시아 예술단의 교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