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김정은 생가…암암리에 지어진 건물은 어디에?

[북한 비화] 김 씨 일가 특각·별장 건설 담당 1여단 군인들로부터 '강동생가설' 제기돼

조선중앙TV는 지난 2014년 4월 방영한 ‘김정은 원수님을 모시고 진행한 제1차 비행사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모란봉악단 축하공연’에서 김정은의 어린시절 사진 3장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집권 첫 해인 2012년 중반 느닷없이 ‘만경대고향집’과 ‘백두산밀영고향집’에 대한 교양을 더욱 강화하라는 북한 당국의 지침이 내려졌다.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만경대고향집과 양강도 삼지연시의 백두밀영고향집은 각각 김일성·김정일의 생가로, 이곳은 북한의 대표적 사상교양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만경대고향집과 백두산밀영고향집에 대한 북한 당국의 교양 강화 지침은 새 지도자인 김정은의 고향과 생가에 대한 주민들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고향과 생가를 혁명전통의 거점으로 여기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의 고향은 어디고 생가는 또 어디에 있는지가 큰 관심거리였던 것이다.

그 무렵 김 씨 일가의 신변보위를 맡은 호위국 복무 군인들과 특각 및 별장 건설을 담당한 중앙당 1여단 군인들로부터 두 가지 ‘설’이 흘러나왔다. 하나는 강원도 원산별장에서 고용희가 김정은을 낳았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김정은이 평양시 강동별장에서 태어났다는 설이었다.

이 두 가지 중에서 강원도 원산이 고향이라는 설은 현재 한국에서도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는 평양 강동별장에서 태어났다는 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유는 강동별장에서 복무한 호위국 군인들이 ‘김정은은 여기서 태어난 것이 확실하다’는 설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내놨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 등장하기 전 중앙당 1여단 한 개 기술연대가 강동별장에 급파돼 별장 건물 한 동을 급작스레 리모델링했으며, 그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건물 한 채를 새로 건설해 급수가 높은 호위성원들을 근무성원과 관리자들로 배치했다는 이야기가 이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 당시 인민군 7총국 25여단은 당국의 지시 하에 강동군 내 주택과 거리를 새롭게 바꾸는 대건설사업을 진행했다.

이에 강동 주민들은 그들 나름대로 ‘강동의 은밀한 곳에 김정은의 생가가 지어졌고, 역사 보존물로 사적 관리되고 있다’면서 강동생가설을 힘껏 부추겼다. 그중에서도 일부 강동 주민들은 ‘강동은 혁명의 수도 평양시의 한 개 지역으로 지방인 강원도 원산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을 하면서 김정은의 고향은 평양이 돼야한다는 일종의 당위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어찌됐건 아직까지 대세는 김정은이 강동별장에서 태어났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에서는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 정치를 구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할아버지와 같은 고향을 가졌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평양시 강동군에 생가를 지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평양 어머님’이라 불린 고용희가 주체혁명위업의 대를 잇는 업적을 이뤘다고 하려면 적어도 김정은의 고향이 혁명의 수도 평양이어야 더욱 교양가치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이 지금껏 김정은의 고향은 어디인지, 생가는 존재하는지 명확하게 밝힌 바는 없다. 하지만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처음 등장하기 전인 2010년 4월부터 이듬해까지 1년간 평양시 강동군의 은밀한 곳에는 자그마한 건물이 지어졌고,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사적으로 보존·관리되고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