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김정일 방중 임박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시기가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등 베이징 외교가에 방중 임박설이 퍼지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는 특히 이달 25∼30일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파악된 중국 지도부의 일정을 감안할 때 그 시기가 가장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고려해 과거 김 위원장의 방중 당시에도 자국 최고지도부의 일정을 중복해서 잡지 않아 왔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에 임박한 이들의 일정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알리는 일종의 ‘암시’가 되곤 했다는 지적이 많다.


일단 베이징 외교가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14일로 종료된 만큼 북.중 당국 간에 김 위원장의 방중 논의가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북.중 양국은 지난 1월말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과 지난 2월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의 방중을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한 방북 초청과 이에 대한 ‘수락’ 절차를 마쳤고 현재 경호 문제와 중국내 철도 교통사정을 감안해 구체적인 일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도 관측도 있다.


최근 북핵 논의 동향도 유심히 관찰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제2차 핵실험 강행에 대한 제재조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1874호를 결의하자 북 곧바로 “6자회담은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같은 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방북 때 “다자회담도 가능하다”고 했고 지난 1월 왕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때 다시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유관 당사국들의 성의있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자세를 바꿨다.


큰 그림으로 볼 때 이미 ‘6자회담 재개’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최근 두달새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중을 통한 북.중 회담이 있었고 이후 중국을 정점으로 한.미.일 등 주요 당사국간 양자접촉이 열린 만큼 북한이 어떻게든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의차 17일부터 2박3일간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상황 논리상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북한이 핵문제는 미국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김 위원장 방중을 계기로 일단 6자회담에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힐 공산이 커 보이며 그 시기가 3월 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방중 ‘동선’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선을 보면 김 위원장의 방중 의도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김 위원장이 2006년에 광저우(廣州), 선전(深천<土+川>) 등을 방문했던 것은 중국의 개혁개방 요구와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중국의 개혁개방 신천지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에 중국식 개혁개방을 유도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와는 달리 동북 3성이 김 위원장 방문의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김 위원장이 전례없이 함경남도 2.8 비날론연합기업소 준공 경축 함흥시 군중대회에 참가하는 가 하면 경제 실정에 대해 솔직한 소회를 피력하는 등 경제를 부쩍 챙기는 모습임을 감안하면 북.중 경제협력의 주체가 될 동북 3성을 반드시 돌아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미 러시아에 라진항 3호 부두에 대한 50년 사용권을 줬고 중국에도 2008년 라진항 1호 부두 독점사용권을 준데 이어 10년 더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의 개방 행보를 본격화한 북한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후속절차 진행함으로써 실리를 챙기려 한다는 얘기다.


라진항은 동북 3성이 태평양으로 뻗어갈 수 있는 경제전략적인 요지라는 점에서 중국이 개방을 애원해왔으나 이번에는 북한 당국이 주도적으로 움직여 개방으로 이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1월 4일 라선(라진+선봉)시를 특별시로 승격했고 같은 달 27일에 ‘라선경제무역지대법’을 개정해 이 지역을 본격 개발하고 외부로부터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데서도 북한의 그같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김 위원장이 방중하면 먼저 동북 3성을 찾고 그다음 베이징으로 이동해 중국 지도부와 회담하고 귀국하는 일정을 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측 의전담당자인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이 지난달 23일 중국을 방문해 고(故) 김일성 주석이 2년간 다녔던 지린(吉林)시 위원(毓文) 중학교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김 위원장이 이번에 중국을 방문하면 위원중학교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를 둘러싼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일단 이와는 관계없이 유엔 대북 제재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 간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개발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라진항 개방을 계기로 중국도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치는 모양새다.


중국은 김 위원장이 방중할 경우 투자차원에서 북한에 위안화 차관을 제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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