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9년 당시 한덕수 재일조선인총연합(조총련) 의장(2001년 2월 사망)의 북한 방문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 정부가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당시 한덕수 의장을 비롯한 조총련 관계자 10명이 1979년 3월 27일 평양에서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 재입국 허가를 신청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국회에 해당하는 정치기구이므로 ‘정치활동을 위한 재입국은 허가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유지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러자 조총련 측에서는 방북 신청자를 10명에서 6명으로 줄이고 방문 목적도 ‘조국 방문’으로 바꿔 재입국 허가를 신청했고, 일본 정부는 이를 허가했다.
이후 한덕수 의장 일행은 3월 25일 평양에 도착했고,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조총련에 대한) 기존 정책을 변경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덕수 의장이 평양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 연설’을 하자, 정부는 한 의장의 재입국 허가를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등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일본 정부에 강한 압박을 취했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은 “일본 정부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관하여 말할 입장에 있지 않으며, 이는 일본정부가 주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사실상 한국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 외무부는 “일본정부가 되풀이 해온 정책불변 표명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이와 같이 양국간의 신뢰관계에 금이 간다는 것은 한일 양국 어느 쪽으로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등 조총련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