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로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을 폐쇄한 이후 일부 지역에서 물가·환율이 크게 올라 주민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제재 보다 무역 중단이 주민들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힘들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왔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면서 “이번 국경 폐쇄로 국가 무역은 물론 밀무역까지 막히면서 물건 값이 크게 올라 사람들이 아우성이다”고 말했다.
앞서 본지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신의주의 일부 식료품 가격과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신의주 물가·환율 폭등… “콩기름 68%, 위안화 14% 상승”)
소식통은 “시장을 가봐도 쓸쓸한 기운만 돈다”면서 “밖에서 제재한다고 해도 살아왔는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굶어 죽을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력갱생, 국산화 등을 외치고 있지만 식료품과 원자재는 상당수는 중국에서 수입해왔다. 이 때문에 국경폐쇄로 인한 식료품 및 원자재 수급 차질은 북한 내부 물품 가격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지난 4일 발표한 ‘북한경제리뷰 2020년 1월’에 따르면 “2019년도 수입 품목에 있어 곡물(HS 10)과 제분공업의 생산품과 맥아, 전분 등 품목(HS 11) 수입이 상위 10위 들었다”며 “북한 당국이 식량가격 안정을 위해서 수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2019 상반기 북중 무역동향과 시사점’에도 “북한의 대중(對中) 수입품목은 주로 대두유, 밀가루, 과일, 글루탐산 등의 식자재와 시계부품, 섬유직물 등의 임가공 원재료이다”고 “강화된 대북제재 이후에도 비(非)제재품목(식자재, 화학제품 등)을 위주로 북한의 대중 수입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국가가 (무역을) 막았다고 배급을 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백성들은 빨리 (우한)폐렴이 없어져 무역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계속 세관이 닫혀 있다가는 큰일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해북도의 한 소식통도 이날 “지금까지 제재 받아오면서도 대충 살았는데 폐렴 때문에 (물품 유입이) 막히니까 질식해 죽을 지경이다”면서 “손전화(휴대전화)로 조선(북한) 곳곳에 ‘이것(국경폐쇄)이 진정한 제재다’는 소문이 금세 퍼졌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그러다 보니 당에서 이것을 유언비어 삼고 이적행위로 간주하고 있다”며 “이를 끝까지 파헤쳐서 엄정하게 처벌하라는 포치가 각 조직에 내려졌다”고 전했다. 사회혼란을 일으켜 체제 이완을 가져올 수 있는 소문을 강력하게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대북제재로 인해 이미 많은 기업소가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원자재 수급 중단으로 그나마 운영되던 기업소도 경영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국경 폐쇄로) 단동(丹東)을 통해 수입해왔던 각종 원자재와 수입이 막혔다”며 “이로 인해 기업소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장에서 쓰던 자재들이 며칠 분량밖에 안 남았고, 이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며 “연선(국경)지대가 문을 닫으면 전 조선이 큰 피해를 본다고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밀무역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통은 “국경이 닫히기 전에는 중국배가 물건을 싣고 와서 신의주나 하구쪽에 있는 항구에다 배를 대고 물건을 내렸었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그런 움직임이 보이기만 해도 무조건 총으로 쏘라는 포고가 해안경비대에 내려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해안경비대들은 초소에 들어가지도 않고 내내 밖에서 강을 지켜보고 있다”며 “만일 중국인 밀수장사꾼을 잡았다고 하면 영웅 대우해준다고 할 정도로 무섭게 단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신의주항의 선박 입출입은 지난달 말부터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 신종 코로나에 北 신의주항 선박 출입도 봉쇄… “밀수 엄두 못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