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NK는 지난 7월 북한과 중국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두만강, 압록강 부근을 따라 이동하며 유례없는 폭염이 찾은 북한 국경지대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았다. 황폐한 산과 제대로 자라지 못한 곡식 사이로 대북제재의 여파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포착할 수 있었다.

산에는 온통 옥수수와 감자뿐…. “공장은 멈춰선지 오래”


중국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에서 바라 본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 변에는 나무 대신 옥수수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비탈 주위로 ‘산림을 애호하자!’라는 구호판이 세워져 있기는 했지만 키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심어져 있을 뿐이었다.

현지 안내원은 어린아이의 키만큼 자라 이른 수확을 기다리는 옥수수가 북한 주민들의 여름 식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른 지역의 소식통은 “작년보다 올해 (북한의) 강냉이 (농사)가 잘 안 되고 있다. 대북제재로 인해 금지품목이 아닌 비료 같은 것들도 (중국)세관에서 며칠이나 막아세워 정상적으로 수입이 되질 않았다. 때문에 제때 비료를 뿌리지 못해 옥수수가 제대로 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배를 타고 압록강을 거슬러 올라가 평안북도 삭주군 청수구 근처까지 다가가 봤다. 북한 당국은 살림집(주택) 현대화를 추진한다고 선전하지만 이곳은 아직도 낡은 주택들이 줄지어 있었다. 옥수수와 감자가 심어진 산에서는 나무를 찾기 어려웠다. 밭 사이로 난 길로 북한 주민들이 자전거에 짐을 싣고 달리고 있었다. 써비차나 택시로 보이는 차들도 좁은 산비탈 길을 달리고 있었다. 강변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그물로 물고기를 낚고 있었으며 곳곳에 보이는 북한군 초소가 이들과 중국유람선을 감시하고 있었다.

인근 청수 공업지구의 공장들 대부분은 폐허를 연상케 할 만큼 낡아 있었으며 그나마 대부분 가동을 중단했는지 한두 군데의 낡은 굴뚝에서만 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함경북도 주민들의 ‘전승절’ 풍경


중국에서 바라본 북한 함경북도 온성시 남양. 지난 2016년 ‘대재앙’에 가까운 수해를 입은 지역으로 큰 인명피해가 났었다. 수해로 살림집이 쓸려간 땅 위에는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하지만 그 뒤로는 여전히 낡은 살림집이 남아 있었다. 이 지역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시내까지 물이 들이닥쳐 살림집이 쓸려가거나 침수되어 대부분 헐고 다시 지어야 할 정도였지만 강 앞쪽에만 김정은의 ‘애민정신’을 내세운 선전용 아파트만 짓고 뒤편의 살림집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내 중심의 살림집의 모습은 신의주의 집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대부분 집에 굴뚝이 있었고 곳곳에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마침 이날은 북한에서 휴일로 지정한 ‘전승절’이라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내에서는 남자들이 모여 배구 경기를 하고 있었으며, 한편에서는 여성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지역 역시 산에서 나무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신 농작물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밭을 가로지르는 비포장도로 위에는 일을 끝낸 북한 주민이 소가 끄는 달구지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활기를 잃은 북·중 국경지대


북한 원정리 세관으로 장소를 옮겼다. 원정리 세관도 휴일로 인해 문을 닫았는지 오가는 차량이나 사람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다리 왼편으로 ‘조선민주주의공화국 원정여행자검사장’과 최근 문을 연 대형 시장이 보였다.

데일리NK가 지난 7월 초 보도한 이 시장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장에는 북한산 농산물과 어패류가 판매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지역 소식통은 “중국인이 투자해 세운 시장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해 돈을 벌려 했지만, 대북제재 때문에 돈이 되는 수산물은 아예 사 들고 갈 수 없으니 요즘은 계속 손해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北 원정리 국제시장 7일 개장…中관광객 대상 수산물 판매?

북한 국경지대의 풍경은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대부분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으며 중국에서 만난 북한 주민들도 이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에 친척방문자로 온 지 3개월 된 한 북한 주민은 “2년 전만 해도 그럭저럭 살았는데 요즘에는 살기 바빠졌다. 시장에 가도 파는 사람만 있고 사는 사람이 없는데 이유가 대부분 돈이 없는 거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간부에게 뇌물을 먹여 친척방문자로 중국으로 넘어와 생활비를 벌어가는 것이 유행된 지 오래다”라면서 “빨리 남조선(한국)과 잘 되어서 인민들 먹고사는 걱정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