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김일성 시신 참배 무죄’ 판결 파기환송

대법원은 29일 무단 방북해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자유기고가 조 모 씨에 대해 ‘동방예의지국’을 언급하며 선고한 원심 무죄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우리 국민이 방북해 김일성 시신을 참배한 경우 북한을 동조하는 행위인지 여부는 시대 상황과 관련 활동 등을 면밀히 따져 유·무죄를 엄격히 가려야 한다”며 서울 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피고인 조 씨는 1995년 밀입북해 한 달 동안 북한의 관제 행사에 참석하며 이적동조 행위를 벌였다. 특히 그는 1995년 8월 12일 평양 금수산기념(태양)궁전을 방문해 김일성 시신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민족의 태양이신 김일성 주석의 유지를 받들어 90년대 통일 위업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작성했다. 조 씨는 독일로 망명해 지내다가 2012년 12월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귀국했고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찬양·고무 또는 동조, 회합·통신 혐의가 적용돼 구속기소됐다.


기소된 조 씨에 대해 1심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는 유죄를 인정했지만 방명록 작성은 무죄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에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대해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평소 이념적 편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의 단순한 참배 행위는 망인의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으로 애써 좋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의 방북 경위, 방북 후 행적, 북한이 피고인의 행위를 체제 선전 수단으로 이용함을 알면서도 이적 행위를 계속한 점, 북한이 금수산기념궁전에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 당시의 남북관계 및 시대 상황 등을 반영해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피고인이 방북 이후 북한의 선전·선동 활동에 동조하는 행위를 지속하면서 체제 선전 수단으로 활용되는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참배한 행위는 북한에 대해 찬양·선전과 같이 평가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