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알(계란)에도 사상을 재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이 말은 북한 사회가 얼마나 선전을 통한 사상주입을 강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대부분의 영역에 국가가 원하는 정치사상을 주입하기 위한 선전을 강조한다. 길거리, 빌딩은 물론 산에도 정치 선전물이 가득하다.
또한 이 같은 의도는 상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북한은 김정일을 뜻하는 광명성이라는 단어를 차용해 광명망(북한 인트라넷), 광명도서(도서 애플리케이션), 광명(담배)등의 상표를 만들어 이용·판매 중이다.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징하는 ‘별’은 제3통신사업자와 담배에 명명돼 있다. 북한 영화나 문학 등에서 별은 태양(김일성)을 따르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주민들의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선전 방법 중 하나이다.
이외 북한에서 생산된 200여 종의 담배 이름에도 모두 각각의 선전의 의미가 담겨 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신간 ‘북한 담배 : 프로파간다와 브랜드의 변주곡’을 통해 “사회주의체제, 특히 북한에서의 브랜드는 소비자의 일차적 욕구보다는 국가가 주입하고자 하는 정치사상이 내포될 수밖에 없다“며 “북한 정권이 인민들의 사상을 고취하기 위한 효율적인 선전을 담배 브랜드나 디자인에 투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16년 ‘상표에는 사상 문화적 가치도 들어있다”며 “우리 인민의 고상한 사상 정신세계와 사회주의문화, 선군 문화가 반영된 우리의 상표가 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 교수는 책을 통해 북한 당국이 상표의 ‘경제적 가치’보다 ‘사상문화적 가치’를 더욱 우선시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담배는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강 교수는 “북한에서 담배는 기호품이라기보다는 생활 필수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뇌물을 바칠 때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담배다”고 말했다. 심지어 탈북하기 위해 도강을 할 때도 뇌물로 담배를 바치는 경우가 있다는 탈북자의 증언도 있다.
이처럼 주민의 생활에 매우 밀접하게 닿아 있는 담배는 북한 당국에게 일상적인 선전을 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북한 담배 상표 중 ‘민들레’는 김 위원장이 직접 학습장(노트) 공장 건설을 지시하고 이름을 지어준 ‘민들레학습장’에서 따온 것이다. 김 위원장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7.27담배는 북한에서 이야기하는 전승절(7월 27일)을 의미한다. 담배 포장지에는 전쟁 기간인 ‘1950-1953’이라는 숫자도 쓰여 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애용하는 담배라는 사실을 강조, 국산품 독려에도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선전’ 있는 건 아니다. 당국이 주민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아 가고 있는 ‘자본주의 행위 양식’도 무시할 수 없다는 고민도 담겨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교수는 “북한 당국은 (일단) 정치사상을 고취하기 위한 상표를 만든다”면서도 “동시에 소비자를 의식해 디자인과 색상, 서체, 포장형태 등 브랜드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북한 당국의 이중적 고민이 담배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 담배에 감추어진 선전(propaganda)과 또 다른 선전(advertise)을 들여보는 것이 북한 사회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창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당국은 수많은 종류의 담배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으면서도 주민들에는 금연을 독려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 ‘세계적인 우려거리로 되고 있는 전자담배’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자담배의 유래를 소개하며 이 담배가 일반 담배 못지않게 건강에 해롭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흡연 모습이 북한 매체에 자주 등장하면서 금연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북한 담배 종류는 200여 종이나 된다. 한국 담배(50여 종) 보다 상당히 많은 숫자다. 또한 새 제품 출시도 빠르다.
강 교수는 “북한이 출시한 새 상품 구입을 위해 중국의 접경 지역을 자주 방문하는 데 한두 달 만에 5개 안팎의 새 담배가 나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담배 판매량이 많아 기업소에서 경쟁적으로 신규 상품을 내놓았거나 선전효과가 높아 북한 당국이 새로운 상품 생산을 독려했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