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 회담, 단 한명이라도 책임져야 한다

▲ 그들에게서 이미 파국은 예견되었다. ⓒ연합

부산에서 열린 제 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결렬되자 정치권이 ‘이종석 장관 책임론’으로 들끓고 있다.

남북장관급회담을 연기해야 한다는 정부 안팎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며 회담 개최를 강행했던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결렬 이후에도 “북측이 마지막 종료발언 이후에 충격을 받았지만, 대화의 동력을 나름대로 유지해 갔다”고 평가했다.

14일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한 이종석 장관은 “북측에 미사일 문제와 6자회담 복귀를 촉구,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나간다는 목표를 갖고 임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평가는 듣는 사람들에게도 쑥스럽다는 인상을 준다. 결과적으로 이번 회담은 북한에게 대남 선전장을 제공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북측은 돌아가면서도 “파국적 후과를 초래한 남측은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어이없는 경고까지 남겼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회담 종결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예초부터 사과나 유감 표명을 바란 것은 아니었으며 북한 국방위원회나 지도층에 우리의 입장이 전달되는 것을 바랐다”고 변명했다. 회담이 개최되면 우리의 의사가 전달되고, 열리지 않으면 우리의 의사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말인지 궁금하다. 누가 들어도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이다.

여 “회담개최 잘한 일”, 야 “예정된 실패” 공방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1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북한측이 이른바 선군정치를 이야기함으로써 국민과 정부여당에게 상당한 배반감과 문제를 야기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장관급회담을 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미사일 발사 이후 긴장관계 상황에서도 대화의 끈을 높지 않고 장관급회담을 개최한 것은 잘 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의 사퇴 주장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남북장관급회담은 “예정된 실패”라고 규정하면서 노 대통령의 사과와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과 이 통일 장관이 중대한 판단 착오를 했다”면서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이 장관은 실패가 예견된 장관급 회담을 강행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제적 무뢰한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시킨 북한의 태도는 우리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켰을 뿐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면서 “이 통일 장관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회에서도 철저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만남이 국민의 생명보다 귀중하나?”

우리 정부로서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이번 장관급회담이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라 안팎으로 망신살만 톡톡히 사게 됐다.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도 선군을 들먹였다. 정부는 미사일 문제를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국민의 안전보다 회담이 더 중요하단 말인지 혼란스럽다.

북한 지도층에 우리의 우려를 전달한다는 목표를 가졌다면 그것은 회담을 연기하는 것 자체로도 충분한 의사 전달이 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남북대화 범위를 벗어난 상태다. 결국 장관급 회담 개최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남북끼리는 잘지내야되지 않느냐는 우리의 유화 메시지로 밖에 해석될 여지가 없다.

여당도 솔직해져야 한다. 회담 개최를 잘한 일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은 ‘남북의 만남’이 가져온 그 부끄러운 현실을 너무도 외면하는 것이다. 우리의 햇볕이 북한을 향한지 10년을 앞두고 있지만 북은 선군이 남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서슴치 않았다. 이러한 현실을 직면하지 못하고 여전히 북의 바지 끄랭이를 붙잡으려는 정부와 이를 잘한 일이라고 박수치는 여당의 모습이 기가 찰 뿐이다.

이번 회담 결렬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대북정책 재검토가 절실하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 대통령이건 장관이건 간에 말이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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