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함경북도 나선 특별시에서 홍수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수해 발생할 당시 일부 북한 주민이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가슴에 품고 익사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10월 말 수해로 실종된 시신 수색 작업 과정에서 발견된 한 여성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품에 안고 있었다”면서 “이 여성 외에도 비닐로 꽁꽁 싸맨 초상화를 갖고 죽은 주민 시신이 다수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이후 최초 발견된 이 여성 시신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 여성의 아이를 품고 익사한 할머니가 발견됐다”면서 “생사를 오가는 절박한 상황에서 아이보다 초상화를 선택한 것에 대해 주변 주민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김정은 일가에 대한 우상화 교육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평생 진행하지만, 당국의 배급과 의료 등의 혜택이 줄어들면서 주민들의 충성심이 약화됐다. 때문에 주민들은 처벌이 두려워 겉으로는 충성심을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일반적으로 당국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령의 권위를 목숨으로 지켜야 한다는 식으로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특히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를 신성시하고 화재나 수해 등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지켜야 한다고 교육시키고, 이를 어길시 인민의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간주해 처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그동안 주민들이 북한 당국의 행태를 지켜봐왔다는 점에서 이 여성은 초상화를 건사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서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으로 보인다”면서도 “적은 수가 아니라 많은 주민들이 초상화를 안고 죽었다는 점에서 우상화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한 고위탈북자도 “나선 지역 주민들은 한국 드라마나 외부 정보를 많이 접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식보다 초상화를 챙긴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자본주의를 접한 기회가 비교적 많은 주민들이라고 할지라도 우상화 세뇌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은 재난 속에서 초상화를 지킨 주민들에게 ‘영웅칭호’를 내리고 대대적인 선전을 통해 일종의 ‘모범 따라 배우기’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와 같은 ‘미화(美化)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아직도 시신을 수색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대대적 선전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초상화를 안고 죽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다 보면 ‘신속하지 못한 대처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