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로 코로나19 예방?…北, 위생 강연서 미검증 정보 전달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선전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숙평양제사공장 모습(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위생선전을 강조하는 가운데 최근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에 “최근 도(道) 위생 방역 기관에서 파견된 일군(일꾼)을 통해 질병 집중 교육과 인민반 회의가 진행됐다”며 “여기에서 의료 일군이 ‘된장, 김치 먹는 민족은 전염병에서 벗어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할 당시 예방 식품으로 김치를 추천한 바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주민들에게 김치나 된장 등 식품을 통해 바이러스를 예방하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치에 들어가는 마늘이 면역력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바이러스까지 막아준다는 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에서 비슷한 소문이 퍼졌을 당시 질병관리본부도 같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은 면역력 향상 식품 이외에도 건강보조식품도 주민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 아리랑메아리는 지난달 ‘우웡(우엉)항비루스 물약’과 금당-2(인삼추출물과 백금 혼합물) 주사약이 면역력을 높이고 바이러스를 억제하는데 탁월해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실제 바이러스를 막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5년 4월 금당-2를 국내에 대량으로 밀반입했던 일당이 구속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약이 프로카인을 주성분으로 제조된 것으로 인체에 투약 시 쇼크, 중추 신경계 이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면역력 강화를 주민들에게 권하는 이유는 열악한 의료체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대로 된 치료와 약을 제공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주민들 각자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전을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국가 의료체계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약과 치료법을 찾곤 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코로나 예방약으로 결핵과 폐렴 치료 약품, 둥굴레다당, 인삼주사약, 뇌심사향 등이 장마당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주민들 코로나 예방한다며 결핵약 복용인삼가루로 면역력 신경써)

그러나 약품의 무분별한 사용은 병원체들이 그 약물을 이겨내고 살아남는 약물 저항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 WHO는 지난해 2019 세계 결핵 보고서‘ 보고서에서 북한의 결핵 환자 수와 다제내성 결핵 환자 수 규모가 각각 세계 20위 안에 들고,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5,200명이라고 추산했다. 다제내성 결핵은 무분별한 결핵약 투여로 인해 결핵균이 내성을 가지게 돼 치료가 어렵다.

한편, 북한은 주민들에 대한 선전과 교육 활동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국가비상방역체계에 대한 피로감으로 인해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소식통은 “당국에서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관련 위생선전을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열린 교육과 회의는 위생선전을 집중적으로 실속있게 진행하라는 당의 지침에 따라 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