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10주기 앞두고 ‘길거리 장사’ 대대적 단속·통제

메뚜기 장사(노점 장사) 단속에 상인들이 황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모습. /사진=데일리NK

김정일 사망 10주기를 앞두고 북한 함경북도 청진에서 길거리 장사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에 “청진시 당위원회는 장군님(김정일) 서거 10돐(돌)을 맞으며 12월 1일부터 장마당 주변이나 골목들에서 개인 장사를 벌이는 주민들을 안전부가 책임지고 적극 단속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며 “이에 청진시의 모든 장마당 주변과 골목들에서 개인 장사가 대대적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청진시당은 김정일 사망 10주기를 맞으며 주민들이 숭엄하고 정숙한 분위기를 보여야 한다고 선전하고, 자본주의적인 무질서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이를 강하게 통제하겠다고 인민반 및 기관·조직별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안전부와 안전부의 지시를 받는 단속대가 수남시장, 포항시장, 라남시장 등 청진시내의 시장 주변에 들이닥쳐 과일, 온실 채소, 두부, 음식 장사를 하는 주민들의 물건을 마구 뒤집고 빼앗아가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단속에 걸려든 주민들은 물건이 다 뒤집히고 빼앗긴 것도 모자라 안전부 대기실에까지 잡혀들어가 비통해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현재 시장가의 골목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사는 모든 동네에서 길거리 장사를 흔하게 볼 수 있다”며 “생활난이 극도에 달한 상태로 돈을 벌려고 하는 장사가 아니라 목숨을 부지하려는 장사로 말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닌 형편인데 정부의 지시에 의해 저지되고 있어 주민들이 눈물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안전부는 ‘장마당 안에 자리를 잡고 팔라는 것이 정부 정책인데 정책대로 하지 않았으니 죄인’ ‘당에서 하지 말라는 일을 한 반당적 행위를 저지른 반동’이라며 무자비하게 주민들을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부의 지시를 받는 단속대도 ‘아무리 어려워도 장군님 서거 10돐을 맞으면서 12월 한 달만이라도 좀 자중하라’ ‘올해는 장군님 서거 10돐로 진정으로 울면서 장군님을 영결하던 때를 그리면서 바로 살아야 한다’며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장군님 서거 달에도 이렇게 제 살 궁리만 하는 것들은 다 굶어 죽어도 상관없다’ ‘자본주의의 산물인 메뚜기 장사 단속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다’ ‘사상이 불온한 것들은 가족이 굶어 죽는데도 이 나라에 살 자격이 없다’며 윽박지르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에 주민들은 ‘우리가 오죽하면 이 추운 밖에서 떨면서 고역을 치르며 장사하겠는가’ ‘시장 자릿세를 낼 돈이 있으면 이 신세이겠는가’ ‘돈을 꿔서 받아다 파는 물건들이니 제발 돌려 달라’는 등 울면서 하소연하고 사정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장군님 서거라는 정치적 선전이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먹혀들지 않고 있다”며 “주민들은 지금 생활을 안정시켜야 할 시기라고 지적하면서 가을에 거둬들인 식량이라도 풀든지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생활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은 어떻게든 가족을 살리고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안전부와 단속대를 피해 물건을 들고 뛰었다가 다시 자리를 잡는 등 피말리는 장사를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