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가면쓰고 3대세습 조롱하는 예술단 ‘하람꾼’

명동 한 복판에 김정일 가면과 하얀 가면을 쓴 사람들이 무리지어 등장했다. 곧이어 김정일 가면을 쓴 남자의 지시에 따라 나머지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흰 가면을 쓴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가 없는 듯, 맹목적으로 춤을 출 뿐이다. 이어 김정일의 지시를 받은 한 사람이 핵 미사일을 꺼내 들더니 주위 사람을 위협하고 공격한다. 의지 없이 춤만 추던 사람들은 김정일의 횡포에 영문도 모른 채 길바닥을 나뒹군다.








하람꾼 멤버들이 북한 3대세습 비판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하람꾼’제공


이날 명동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벌인 것은 ‘하람꾼’이라는 댄스퍼포먼스 팀이다. 이들은 사람들이 몰리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북한 3대 세습 비판’ 퍼포먼스 댄스를 비정기적으로 벌이고 있다. 공연이 끝나자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남녀노소 심지어 외국인들까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공연이 끝난 후 한 사람이 나와 “북한 핵과 북한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내용의 공연이었다. 북한과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자는 취지에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설명한다. ‘하람꾼’의 리더 임병두(30) 씨다.


하람꾼은 2010년 결성돼, 현재 2명의 정식멤버와 20여명의 친목멤버로 운영되고 있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젊은이들이 어떤 것에 흥미를 가질까”라는 고민이 지금의 ‘하람꾼’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북한 문제 외에도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퍼포먼스 공연을 한다.


임 씨는 지난 2일 데일리NK와 인터뷰에서 “사회와 소통하는 예술인이 되고 싶어 사회적 문제에 눈을 돌리게 됐다. 특히 심각한 북한인권문제는 내가 꼭 표현해야하는 주제라고 생각했다”면서 북한 인권과 관련된 퍼포먼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이런 공연을 준비했지만, 우리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반발심리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하람꾼’의 리더 임병두 씨./’하람꾼’ 제공
그러면서 “왜 사람들은 통일에 관심이 없을까라고 끊임없이 생각한다. 통일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을 고취시키자는 일념으로 매 순간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통일이 된 후 무너진 김일성 동상 앞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임 씨는 북한을 주제로 한 공연을 기획할 때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는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쉽지만 그래서 북한 문제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전하기 위한 퍼포먼스 구상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공연을 보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위인들보다 김정일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는 이순신·세종대왕 등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김정일 같은 인물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현실이 너무 창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하람꾼’은 오는 10일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구출 통영의 딸’ 국토대장정단의 국민대행진 행사에서도 공연을 할 예정이다. 임 씨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비판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