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거대한 꼼수 ‘선군시대 경제건설론’

‘경제봉쇄는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과 약탈의 도구이자, 정치군사적 지배 실현의 중요한 수단이다’ 북한의 경제잡지 <경제연구>에 실린 글이다.

1일 북한의 계간지 <경제연구> 2005년 2호는 미국 대통령의 대량살상무기(WMD)에 관여하고 있는 북한 기업의 미국 내 자산 동결과 관련, “미제의 대조선(對北) 경제봉쇄 책동을 짓부수는 위력한 무기는 우리 당이 제시한 독창적인 선군시대 경제건설 노선”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관영신문<노동신문>에는 미국의 자산동결령에 대한 이렇다 할 반응은 아직 없다. 다음 <경제연구>2호 논조 요약.

▲ 요약

– 경제봉쇄는 우리를 경제적으로 질식시키기 위해 경제적 관계를 막으며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할 것을 강요하는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적인 대외 경제정책이다.

– 미제가 단순히 우리에게서 일정한 정치적 양보를 받아내거나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선군(先軍)정치의 강력한 물질적 기초를 허물어버리려 한다.

– 미제의 대조선(對北) 경제봉쇄 책동을 짓부수는 위력한 무기는 우리 당이 제시한 독창적인 선군시대 경제건설 노선이다.

▲ 해설

부시 대통령의 북한과 이란, 시리아 등 대량살상무기(WMD)개발과 관련한 거래활동에 관여된 기업들의 자산 동결로, 3,200만 달러의 조선룡봉총회사, 조선광업무역회사, 단천은행의 자금이 동결되었다.

WMD 관련자금 동결조치는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가 아니라 기존부터 있어온 대량살상무기, 마약판매 금지조치의 연장이다.

이에 북한은 ‘선군시대 경제건설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선군경제 건설노선’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문제를 파고들면 궁극에는 김정일이 북한주민들을 속이고 있는 ‘거대한 꼼수’가 드러난다.

2003년 11월12일자 <노동신문>에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이란 표제로 글이 발표된 바 있다.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은 ‘국방공업의 우선적 발전을 기본으로 하는 경제건설노선’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정일은 개혁개방 의지가 없다. 김정일은 제한적인 조치를 취하다가도 “누가 뭐라고 하든, 어떤 바람이 불어오든 우리 당과 인민은 결코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지 않을 것”(북한 잡지 ‘조국’ 2004.12 발간)이라며 생각을 바꾼다.

강성대국건설론은 북한주민 눈속임

선군정치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강성대국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강성대국론은 ▲정치대국 ▲군사대국 ▲경제대국을 건설하자는 것인데, 정치 군사분야는 이미 대국(?)이 되었으므로 경제강국 건설을 하자는 것이다.

경제를 제대로 건설하자면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정일은 “내가 경제사업에만 힘을 넣었더라면 우리는 벌써 망했을 것” “사탕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총알 없이는 살 수 없다”며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나갈 생각은 전혀 없다.

북한 주민들도 ‘강성대국건설’론이 허황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강성대국건설론은 97년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 식량난으로 떼죽음을 당한 주민들이 정신도 못 차리고 있는데, 갑자기 ‘강성대국 건설하자’라는 구호가 곳곳에 나붙기 시작했다. 벌거벗은 산중턱에 나무판자로 글자 폭이 1m가 넘게 세워졌다.

글자 ‘덕분’에 뙈기밭을 몰수당한 주민들은 어처구니 없어 ‘아니, 뭘 가지고 강성대국을 건설한다고 그래?’ 하며 푸념했다. 이즈음 당 간부들이 ‘강성대국을 건설하시려는 위대한 장군님의 원대한 뜻을 충성으로 받들어 나가자’라는 강연자료를 들고 주민들 앞에 나서곤 했다.

김정일은 현재 두 개의 고삐를 쥐고 있다. 하나는 남한과 국제사회로부터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이끌어 내는냐 하는 것, 또 하나는 북한주민들에게 선군혁명노선을 강조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이다.

북한이 이번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을 더 강조한 것은 주민들에게”우리가 못 사는 것은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이라며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심어주고, 선군노선에 무게를 싣기 위해서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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