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올해 첫 외교행보이자 집권 이후 네 번째 방중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8일 김 위원장이 7~10일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7일 오후 전용열차에 올라 평양을 출발했다. 실제 이날 밤에는 김 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북중접경지역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말 첫 방중 당시 전용열차를 타고 신의주·단둥(丹東)을 거쳐 베이징으로 향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중국 방문길에 오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앞서 지난해 9월 소식통을 인용해 북중 국경의 주요 길목인 단둥역에 이전과는 사뭇 다른 가림막 설치 작업이 진행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소식통은 “지난 때와는 달리 역 안을 완전히 볼 수 없게 설치해 2~3중으로 철저히 가렸고 만듦새에도 공을 들였다”며 “일시적으로 세워둘 목적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사진을 통해서도 임시 가림막으로 보기 어려운 세련된 디자인의 외벽이 단둥역에 설치된 모습이 확인되면서, 향후 북중 고위급 인사들의 잦은 왕래 가능성을 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양측이 언제든 외부의 시선을 피해 비밀리에 오고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후 지난해 말에도 북중 간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전전이 없는 상황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면담하는 등 우호관계를 과시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북한 내부 소식통은 본보에 “당장 내일이라도 떠날 수 있을 만큼 (중국을 방문할)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고 전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의 대북 소식통도 “중국 고위급 인사가 방북했다”며 “시진핑의 방북 또는 김정은의 방중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는 등 4차 북중 정상회담이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듯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중 간 밀착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이 가운데 김 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 사실상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중국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미 협상력을 높이며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앞서 북중관계를 다지면서 지렛대를 확보하고 제재완화를 위한 지지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김 위원장이 자신의 생일(8일)에 중국 방문 일정을 잡은 것과 관련해서도 ‘생일도 잊고 일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이를 대내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에 방중 소식을 전하는 등 이례적인 보도 행태를 보였다. 통상 북한 매체는 최고지도자의 해외 방문 일정이 마무리될 때 관련 보도를 내보내왔다. 실제 지난해 1, 2차 방중 보도는 김 위원장이 모든 일정을 마치고 중국을 떠난 뒤에, 3차 방중 보도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마지막 날에 나왔다.
그러나 이번 방중 소식은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하기도 전에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는 점에서 엄청난 파격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조선중앙통신을 기준으로 앞서 1, 2차 방중 때는 끝나고 보도를 했고 3차 때는 마지막 날 보도를 했다”며 “이번에는 도착하는 날 보도가 나와 특이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