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간부들에게 ‘민심에 귀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대북제재와 국경봉쇄 등으로 인해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직접 주문을 받은 간부들은 “경제 침체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진행된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폐강사에서 “책임비서들이 항상 민심을 중시하고 자기 사업에 대한 평가를 인민들에게서 받아야 한다”며 “강습회에서 소개된 우수한 경험을 자기 사업에 적극 구현해 시·군의 발전을 힘있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민심이반을 막기 위해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고, 최고지도자의 애민 행보를 선전에 활용해왔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간부들에게 ‘민심 중시’를 주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다만 북한 지도부 내부에서도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명목으로 국경을 봉쇄한 후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됐고 이로 인해 민심이 요동치고 있어 이를 다잡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8년 북미 간 비핵화 회담이 시작되고 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가 컸던 상황에서 2019년 협상 결렬이 주민들에게 준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후 북한 당국은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우리식 경제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오히려 국경을 봉쇄하고, 밀수 금지 및 시장 통제 조치까지 시행하면서 결과적으로 당국이 주민들의 경제 활동을 옥죄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조금만 기다려라 내년이면 달라진다고 선전해왔지만 이제 이를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이에 따라 민심을 잡기 위해서 특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에 참석했던 간부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적 상황이 마치 우리들 때문에 나빠진 것처럼 비춰지니 당황스럽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경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씌워 한 순간에 처형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임을 밝히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더욱이 현재의 민심 이반은 경제난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 배경을 당국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밀무역을 일부 눈감아주고 주민들의 시장 활동을 허용하는 등 경제활동 보장과 관련한 조치가 필요한 것이지 민심에 귀 기울이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 지도부에서는 민심 이탈을 막는 것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유사시에 최고지도자를 위해 총폭탄이 되어 사수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지도부도) 알고 있다”며 “때문에 민심이 최악인 현 상황에서 인민의 지지를 얻는 것이 최고지도자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집자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인민생활향상을 강조하며 애민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지난해 직접 수해 현장을 찾아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당창건기념(10·10)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들을 향해 울먹이며 “미안하다” “고맙다”를 반복했던 것도 민심을 다잡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당 간부들을 지도하며 “민심에 귀 기울이라”고 직접적으로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도 최고 존엄이 직접 ‘민심’을 의식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데일리NK는 특별 취재를 통해 김 위원장의 민심 발언에 대한 간부 및 일반 주민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실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속마음을 읽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