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총비서’ 추대…김정은式 유일영도체제 본격 시동

전문가 "통치 자신감 드러낸 것...비서제 전환, 신속한 의사 결정 위한 대응 장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 6일 차 회의에서 당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의 공식 직함이었던 ‘총비서’로 추대됐다. 지난 9년의 집권을 통해 권력 안정화를 이룬 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하고 당의 위계 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제8차 대회 6일차 회의 내용을 전하며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당 내 공식 직함은 집권 초기 ‘제1비서’에서 2016년 ‘노동당 위원장’으로, 이번에는 ‘노동당 총비서’로 바뀌게 됐다. 

앞서 북한 당국은 당대회 5일차 회의에서 당규약 개정을 통해 “최고형태의 정치조직으로서의 당의 권위를 철저히 보장할 수 있게 각급 당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직제를 책임비서, 비서, 부비서로 하고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정무처를 비서처로 고치었다”고 밝혔다. 

5년 전 7차 당대회에서 신설했던 정무국을 폐지하고 본래 체제인 비서제로 돌아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총비서 추대와 당국의 비서제 전환은 김 위원장의 통치에 대한 자신감과 체제 안정화를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당의 총비서 자리에 오르면서 당과 국가 정상화를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금까지의 업적과 영도력 및 지도력을 평가 받은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공고화된 입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유일영도체제를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제8차 당 대회 6일 차 회의 소식을 전하며 “총비서 선거와 관련한 제의를 리일환 대표가 하였다”라고 밝혔다. 리일환 당 비서는 지난 10일 추대사를 통해 “김정은 동지를 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본 대회 앞에 정중히 제의합니다”라고 언급했다. / 사진=노동신문·뉴스1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현 상황에서 정무국 체제를 비서제로 회귀시킨 것에 대한 정치적 배경과 의미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원회’라는 것은 기구의 협의체적이고 수평적인 의미가 담겨 있지만 ‘비서제’는 수직적인 성격이 크다”며 “김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이 강해진 만큼 위계 체계가 명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직위와 조직이 필요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화된 상황에 맞춰 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행정 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북한은 당 규약 개정으로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김 위원장의 사회 권한을 위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이것은 당수반의 혁명령도를 더욱 원만히 보좌하며 당사업과 당활동을 보다 민활하게 진행해 나가기 위한 현실적 요구를 구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당 규약 3장 29조에 당중앙군사위원회를 회의 성립 비율에 관계없이 필요한 성원들만 참가시켜 소집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점 또한 신속한 의사결정 및 행정처리를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직위 상승이 기대됐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기존에 맡고 있던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누락됐을 뿐만 아니라 당 부장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대두된 이후 대남, 대미 공세 전면에 나서는 등 국정 전반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때문에 김 부부장이 이번 당대회에서 승진하고 일부 권한을 이양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김 부부장 개인에 대한 권력 위임이 아닌 당 체제 개편과 신속한 회의 개최를 성문화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완충장치를 만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직접 회의를 사회하지 않아도 위임 받은 상무위원이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게 한 것은 최고지도자 건강이상과 같은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을 위한 장치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중요한 전략적 결정은 반드시 김 위원장이 할 것이고, 일반적 사항에 대해서도 당 서기실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동의하는 형식의 회의가 이뤄지는 등 또 다른 견제장치가 마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