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존중 자세 유지 시 남북정상회담 논의할 수도”

지난 2019년 3월 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할 때 모습. /사진=연합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남북 간 존중의 자세가 유지되면 종전선언,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25일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남북)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며 “나아가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 수뇌상봉(정상회담)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전날(24일)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에서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부부장이 연이어 담화를 발표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관계 개선이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부부장은 “현존하는 조선반도 지역의 군사적 환경과 가능한 군사적 위협들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 남조선식 대조선 이중 기준은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주장이다”며 “(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고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중 기준’,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 적대적 언동 등이 없어야 협상 테이블에 나오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모습이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공정성을 잃은 이중 기준과 대조선 적대시 정책, 온갖 편견과 신뢰를 파괴하는 적대적 언동과 같은 모든 불씨들을 제거하기 위한 남조선 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남조선(한국)이 북남관계 회복과 건전한 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말 한마디 해도 매사 숙고하며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부부장은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꼭 밝혀두고자 한다”며 “남조선이 정확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권언은 지난 8월에도 한 적이 있었다. 앞으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예단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대화와 도발 양쪽 가능성을 다 열어 놓았다”며 “김여정이 ‘개인적인 견해’라고 밝힌 것도 형식상 대남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김 부부장은) ‘이중기준’과 ‘대조선적대시정책’ 등에 대한 ‘남조선 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을 사실상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며 “이러한 의도적 모호성은 북한이 (대화의) 주도권을 확실히 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북한 담화는 모두 한국과 미국이 개발 및 배치하는 무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신들이 개발하는 무기를 이에 대응하는 자위력 차원에서 정당화하려는 논리를 펴고 있다”며 “‘이중 잣대’ 주장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부과되고 있는 제재를 무력화하고, 추가 실험을 위한 명분 쌓기를 시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