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폭염과 가뭄으로 북한의 과일·채소 농장이 막대한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한 피해를 줄이려 노력해도 별다른 소용이 없자 주민들도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한낮 최고기온이 33~38℃에 육박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채소와 과수 생육이 부진하다”며 “햇볕에 데이는 등의 피해도 광범위하게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상고온과 가뭄으로 인해 과수와 채소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으며, 이에 더해 과실과 잎이 타들어 가는 일소피해도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일소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차단망 설치, 충분한 물 공급, 탄산칼슘 약제를 통한 방제작업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북한 내 자재 부족과 관수·관개 시설 미비, 약품 부족으로 적절한 대응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고추, 오이, 가지 등의 채소 작물이 말라 죽는 피해를 봤다”며 ”폭염에 양동이로 밭에 물을 열심히 주었으나 오이와 가지는 이미 다 망했고 고추도 건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에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여전히 전역에 크고 작은 비가 내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등 이상고온 현상에 시달렸다.
실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6일 “12일부터 우리나라(북한)의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이 지속하면서 농작물들이 가물(가뭄) 피해를 받기 시작했다”며 “황해남도에서 20일부터 낮 최고기온이 평균 35도 이상을 기록했고 일부 지역에는 36.5도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에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가 일면서 채소와 과일 농사에는 더 큰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색깔은 빨갛게 나도 알이 크지 않고 설익어버린 열매들이 태반”이라며 “표면이 쭈글쭈글해지거나 물렁물렁해지는 기형 과일과 표면이 갈라지는 열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열과는 기온이나 토양 수분의 급격한 변화로 과피와 과육부의 생육적인 불균형에 의해 과실이 갈라지는 현상이다. 최근 발생한 극적인 날씨 변화로 과일이 생육 장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열과현상을 막는 데는 관수 장치로 배수가 잘되도록 해 인위적으로 토양 수분을 관리하고 칼슘제로 영양을 공급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앞선 일소피해와 마찬가지로 자재나 약품 부족, 관수시설의 미비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난 6월에 평안도의 주요 과수 산지인 숙천, 평원에 우박이 크게 내려 사과, 배, 복숭아가 큰 피해를 봤다”며 “이런 상황에 폭염, 폭우까지 겹쳐 수확할 것이 별로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을 극복하기란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수입을 전면 제한하면서 비료·연료·농기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외부에서 채소나 과일을 들여올 수도 없어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