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 유가 상승률이 환율이나 국제유가 상승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이 부족한 유류 수입분을 상쇄하기 위해 유류 판매를 제한하면서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 정기 물가 조사에 따르면 20일 기준 북한의 휘발유 가격은 1kg당 평양 12700원, 신의주 11800원, 혜산 12300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11일 기준 휘발유 값이 평양 6680원, 신의주 6970원, 혜산 7440원에 판매됐던 것과 비교할 때 평양의 경우 가격이 90% 가까이 오른 것이다.
최근 북한의 경유 가격 상승률은 휘발유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 20일 북한 시장에서 디젤유는 1kg당 평양 9450원, 신의주 9340원, 혜산 9260원에 판매됐다.
동일하게 지난 1월 11일 가격과 비교할 때 평양의 디젤유 가격은 112%나 상승했다. 3개월여 만에 2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북한 내 유류 가격이 이렇게 급등한 것은 국제유가 자체가 상승한 데다 지난 1월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된 이후 무역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환율이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제유가나 북한 원·달러 또는 원·위안화 환율 상승분보다 북한의 유류 가격 상승률이 훨씬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유가는 중동산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지난 1월 11일(배럴당 80.21달러)에 비해 지난 3월 18일 36%(배럴당 109.2달러)가 상승했다.
북한의 환율 상승률도 국제유가와 비슷한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20일 북한 원·달러 환율은 평양 6450원, 신의주 6520원, 혜산 6610원으로 조사됐다. 1월 11일과 비교할 때 지역별로 36~42%가 상승한 것이다.
북한 원·위안화 환율도 20일 평양 810원, 신의주 815원, 혜산 850원으로 파악돼 올 초보다 35~37%가 오른 것으로 확인된다.
같은 기간 평양의 휘발유와 경유 상승률이 90%, 112%인 것과 비교할 때,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률을 감안해도 북한 내부 유가 상승률이 과도하게 높은 것이다.
취재 결과 북한 당국의 유류 관련 조치가 시장의 기름값 고공행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2일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시장에서 개인의 연유(燃油) 판매를 단속하고 있다.
국가의 허가를 받은 연유공급소에서만 휘발유와 경유 판매를 허용하고 개인이 시장에서 유류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 개인이 유류를 판매하다 발각되면 당국은 판매자가 보유하고 있는 유류 전체를 무상 몰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이 개인의 유류 판매를 금지하고 나선 것은 국제유가 상승과 북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유류 수입비용 부담이 커지자 국가와 기관 중심으로 유류를 우선 조달하고 개인의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 당국이 개인의 연유 판매 단속을 강화해도 운수업이나 농업 종사자 등의 유류 수요가 크기 때문에 개인의 유류 판매가 완전히 중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당장은 개인의 기름 사용이 줄어든 것처럼 보여도 결국 이 때문에 기름값이 더 크게 오르는 것 아니겠냐”며 “주민들이 생업을 제대로 못하면 국가에도 피해가 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