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외면한 ‘대사관女’ 사건에 외교부 사과

22일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지난 1998년 탈북해 입국한 국군포로 장무환 씨의 절박한 도움 요청을 당시에 냉정하게 거절했던 베이징주재 한국 대사관의 한 여직원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가 급속도록 확산되고 있다.

이날 인터넷 검색 사이트엔 ‘대사관녀(女)’에 대한 검색 순위가 상위에 랭크되어 있고, 외교통상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글들이 700여건 넘게 올라와 있는 실정이다.

외교통상부는 ‘대사관녀(女)’ 파문에 대해 98년에 벌어진 일이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22일 밝혔다.

2000년에도 납북자 이재근 씨가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피신해 주중대사관에 전화를 걸었지만, 대사관 직원이 “당신 세금 낸 적 있어”라며 “국가에 부담을 주지 말라”고 쌀쌀맞게 전화를 끊어 파문이 일기도 했었다.

동영상포털사이트인 엠엔캐스트(mncast.com)에는 지난 20일 ‘대사관녀 동영상’이 올라온 뒤 22일 오후 5시 현재 무려 39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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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출신 장 씨는 함북 아오지탄광 등에서 생활하다가 지난 1998년 북한을 탈출, 중국에서 체류하다 같은해 9월30일 45년만에 방송국의 도움으로 귀환했다.

8년이나 지난 이 사건의 발단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지난 18일 600회 특집 ‘진실과 희망 찾기, 그 15년간의 기록’을 통해 지난 1998년 10월18일 방송된 ‘국군포로 장무환-50일간의 북한탈출기’편을 다시 내보낸 것.

98년 방영된 장 씨와 대사관 여직원의 대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사관:말씀하세요

장무환:난,국군포로 장무환인데.

대사관:네 그런데요

장무환:장무환인데..거기서 좀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다른게 아니라

대사관:여보세요,무슨일로 전화하셨죠,

장무환:한국대사관 아닙니까

대사관:맞는데요

장무환:맞는데…다른게 아니라…내가 OO에 지금 와 있는데..좀 도와줄 수 없는가. 이래서 묻습니다

대사관:(짜증나는 목소리로) 없죠

장무환:북한사람인데..내가

대사관:아 없어요(전화를 끊는다)

장무환:국군포론데…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외교통상부 홈페이지 게시판으로 몰려가 ‘대사관녀’ 문책과 외교통상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글로 가득 채웠다.

김성우 씨는 자유게시판에 “나라가 필요할때는 불러서 써먹고는 이제와서 도와줄 수 없다니 이런 나라도 나라인가”라고 탄식하며, “당신들이 지금 저 전화받으면서 편하게 살수있는게 누구의 덕분인데, 어떻게 이런짓을 할수있느냐”고 성토했다.

이소영 씨는 또 “대사관녀사건을 비롯해 정말 이 나라가 부끄럽다. 왜 이런 사건을 매일매일 들어야 하는지 정말 부끄럽다”면서 “이제 제발 정신들 좀 차리자. 국민들 세금으로 월급받는 것이 부끄럽지 않나? 외교부가 누굴위해 존재하는지, 누굴위해 일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

이건호 씨는 “무심결에 접하게된 소식 분하고 답답할 따름”이라면서도 “대체 어떤 바쁜일이 있어서 그토록 절박한 구원의 외침을 무시할 수 있었는지 외교부는 그당시 여직원이 직접 당시의 상황을 국민앞에 설명 할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외교부측은 이날 오전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8년 전 일어난 사건이라 진상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온 것에 관심을 갖고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주중대사관에도 경위를 파악하도록 했다”며 “문제의 여직원은 정식직원이 아닌 현지 고용인이며 이미 대사관에서 퇴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위를 더 파악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연유야 어떻게 됐던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98년 그 사건이 일어난 뒤 국군포로 송환문제의 정책과 시스템에 대한 검토작업을 본격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국군포로 문제는 이 문제 이후 외교공관 업무에서 최우선 순위를 두고 다뤄야 한다는 방침이고, 98년 11월 국군 포로 업무처리 규정을 관계부처에서 수립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