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판결’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의미있는 ‘반박’

대한의사협회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논란과 관련, 주목할 만한 문제제기를 했다.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한 반박 성명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판결 내용 가운데 일부 사항이 의료계의 판단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자 한다”며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판결 내용 중 특히 두 가지 부분을 집중 거론했다. 


PD수첩이 인간광우병(vCJD)으로 사망한 것처럼 보도한 아레사 빈슨 사례에 대한 것과, 한국인의 발병 확률이 94%에 이른다는 ‘MM유전자형’ 관련 보도 부분에 있어, PD수첩의 보도 태도를 무죄로 선고한 재판부의 견해가 의료계 판단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아레사 빈슨 사례와 관련해 PD수첩이 “의학적으로 희박한 사인을 과장하여 보도한 것이 분명하며 더욱이 이를 광우병과 연관 짓는 것은 매우 왜곡된 사실 관계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또 “인간광우병의 발병에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인정되고 있음을 재판부가 인용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의 큰 논란거리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뒤늦게나마 입장을 발표한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 논란의 중심에 의학적 소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고 특히 논란의 양상이 그로부터 거리가 먼 비정상적인 논란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 여부를 따지는 데서 과학적인 평가와 인식은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을 때의 모습은 별로 그렇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그것은 극히 소수 의견이었거나 가능성에 대한 추측에 불과했다. 너무 과장이 되고 부풀려져선 그것이 정설인양 취급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당시를 돌아보면 사실 과학적인 논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정부 정책에 대한 성급한 반대나 왜곡된 ‘반미의식’ 그리고 작은 걱정을 너무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과민 반응한다든가 하는 식이 앞자리에 놓여 있었다. 과학적 진위나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 반대가 앞섰으며 그것이 이성적 접근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고 차단하는 단계까지 갔던 것이다.


사실 과학이란 것도 100% 완전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과학을 신뢰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최선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과학적 검증이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는 그것을 충분한 것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잣대로 무시하기 시작하면 문제에 대한 판단은, 정상적이고 올바른 결론에 이르기보다 ‘목소리 큰’ 사람들에 이끌림은 물론 근본적으로 그릇되고 어리석은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참으로 큰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는 그런 어리석고도 소모적인 논쟁을 치렀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차분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사실 상관도 없는, 미국에 대한 왜곡된 반감을 얼토당토않게 투영하지 않았는지, 과학적으로 사고하기보다 감정적으로 사고하지 않았는지, 작은 걱정을 너무 과장하여 지나치게 과민반응하지 않았는지, 그 모든 것의 원인에 과연 무엇이 있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너무나 불필요한 분쟁과 비생산의 소모적 낭비를 치르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게다가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에 어떤 식으로 우리가 그것을 교정해 나가야할지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때문에 이번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은 보통 국민들의 판단과 행동에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차분한 마음으로 진실을 보고 인정하려는 자세이며 나아가 뒤늦게나마 잘못된 것을 스스로 교정할 수 있는 참된 용기가 아닐까 싶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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