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중국에 나와 있는 무역일꾼 등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부정부패 및 비사회주의 검열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다수의 주재원이 검열에 걸려 현재 보위부의 밀착 감시를 받고 있고 검열에 앞서 도주한 주재원들도 수십여 명에 달한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중국에 있는 조선(북한)의 당 및 무역일꾼들을 대상으로 한 검열에서 상당수가 적발됐다”면서 “보위부는 이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달 주재원들의 휴대전화 등을 검열하고 중국과 무역하는 과정에서 부정부패를 저질렀거나,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물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모조리 적발했다.
이번 검열의 배경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8차 당대회를 앞두고 해외 파견 일꾼들의 사상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초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채택된 것과 관련해 해외 주재원들을 통한 외부정보 유입을 더욱 강하게 차단·통제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검열에 걸린 주재원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역시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적잖은 주재원들이 무역 과정에서 뒷돈(뇌물)을 챙기거나 한국 영상물을 보유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적발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따라 이들은 현지에 파견된 보위부 일꾼들의 감시 아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보위부는 검열에 걸린 몇몇 일꾼들을 특정 가옥에 잡아넣고 24시간 같이 먹고 자면서 감시하기도 한다”면서 “혹시라도 이들이 도망갈 수 있으니 조선으로 귀국하는 날까지 계속 지키고 서 있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식통은 “이번 검열에 걸린 이들은 사전에 정보를 받지 못하거나 세력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검열이 뜬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들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고 전하기도 했다.
검열이 이뤄질 것을 미리 파악하고 도주한 주재원들은 대부분 고위급에 속하는 일꾼들로, 그중에는 처형 가능성이 언급될 만큼 큰 문제를 저지른 이도 포함돼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실제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마스크와 방역복을 사들이라는 당국의 지시를 받은 한 북한 무역일꾼은 질 낮은 제품을 구매하면서 실제 단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지불한 것처럼 꾸며 차액을 남겨왔는데, 이번 검열이 있기 전에 이미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검열에서 그동안의 비리 행위가 드러나 처형될 가능성이 점쳐지자 정보를 입수한 즉시 도주한 것이라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베이징(北京), 다롄(大連), 선양(瀋陽), 단둥(丹東), 옌지(延吉), 훈춘(琿春) 등에서 이렇게 검열을 피해 도망간 조선의 일꾼들이 많다”며 “선양과 단둥에만도 15~20여 명 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도망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코로나19 상황에 추적하기도 힘들어 조선 당국이 골치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망간 일꾼들은 대부분 중국 대방의 보호를 받고 있거나, 제3국으로 넘어갔을 것”이라며 “특히 제3국으로 간 일꾼 중에는 한국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본보는 지난달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대사관과 영사관에 주재원 대상 검열 사업을 개시하라는 지령을 하달했으며, 이후 휴대전화와 소지품 검사뿐만 아니라 불시 숙소 수색 등을 실시했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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