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칼럼] 이미 국경 밖 세상과 연결된 북한 주민들

북한 헤산 시장 인근 골목 7월(上)과 4월(下)의 풍경.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지금 북한을 휩쓸고 있는 한 단어를 꼽으라 한다면 다름 아닌 “자력갱생”일 것이다. 지난 13일 노동신문은 <자력갱생은 조선혁명의 영원한 생명선이다>는 제목의 공동논설에서 “자력갱생은 자주, 자존을 생명으로 하는 우리 인민의 혁명방식이며 투쟁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을 통해 연일 ‘자력갱생’ 구호가 강조됨은 물론 북중접경 지역에서도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선전 문구는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 <우리식대로 살아나가자> 등이다. 특히, 대북제재 압살 책동을 막아내는 유일한 길이 바로 “자력갱생의 보검을 틀어쥐고”라는 구호다. 또한 북한 당국은 원료의 국산화를 다그치며 국산품 애용을 독려하고 있다.

다만 당국의 이 같은 선전에도 불구하고 실제 북한 곳곳에서는 지금 중국과 밀수를 통해 들여온 물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어쩌면 김정은도 막지 못할 거대한 흐름은 바로 이 같은 시장화와 주민들의 의식변화일지도 모른다.

북중접경에서 본 북한은 불과 2개월 전인 지난 4월 말과 비교해보면 7월 초의 시장 인근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사진에 둥근원으로 표시한 부분). 4월에 보이던 량곡과 안경수리점 간판은 내려졌다. 물론 다른 업종으로 교체된 것인지, 아니면 간판교체를 위해 잠시 내려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출입문을 새롭게 단장하고, 지붕 위에 “혜산상점”이라는 대형간판이 세워진 것을 보면 아마 다른 상점이 입점했을 가능성도 있다. 기존 <역전백화점>으로 사용하던 하나의 건물을 반으로 나누어 <혜산상점>이라는 새로운 가게가 들어선 것이다.

양강도 혜산 인근 노점에서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과일이 눈에 띄고 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시장 인근 길가에 놓인 매대 상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 사진에서 보듯 양강도 혜산시 인근 노점에서는 저울까지 갖다 놓고 수박과 참외 등 과일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중국에서 들여온 것들이 많은 듯한 모습이다. 생필품도 예외는 아니다. 매대에서 판매하는 생필품 중 중국산이 눈에 띈다. 또한 압록강변에서 빨래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세제에는 중국어로 표기된 상표가 선명하다.

심지어 김정은이 직접 7.27이라는 담배를 피우며 국산품 애용을 강조했지만, 아래 사진 처럼 노점상의 담배 가판대에는 중국산 담배 <장백산>이 위용 있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된다. 한마디로 중국과의 밀수나 교역을 통해 생필품을 비롯한 물자들이 북한 시장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가운데에는 한국산 제품들도 다수를 차지한다. 결국 자력갱생의 보검을 틀어쥐고 ‘우리식대로 살아나가자’고 선전하지만, 실제 주민들의 생활은 이미 국경 밖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양강도 혜산 시장 주변 골목에서 중국산 담배를 팔고 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또한 시장 및 주변 노점은 물건만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정보가 유통되는 곳이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통해 외부의 소식들이 알려지고 전해진다. 북한 당국의 주입된 선전과 거짓을 인지하는 북한 주민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체제 내구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저항과 변화를 향한 힘이 거대한 개방의 물결을 만들어 내리라 믿는다. ‘우리식대로 살아가는’ 북한이 아니라 개혁개방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북한을 그려본다. 반드시 그리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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