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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을 매도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직 국방장관 등을 폄훼한 것과 관련, 역대 군 수뇌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과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직 국방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예비역 장성 100여명은 26일 향군회관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지난 21일 노 대통령의 민주평통 상임위원회 연설을 비판하면서 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직 군 수뇌부들이 최근 정부의 전작권 단독행사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선 적은 있으나,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인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들은 이날 긴급모임에서 “대통령이 우리를 매도한다”,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어이가 없다”, “사과하라”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노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비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우리 국민과 국군, 헌법을 모독하고 신성한 국방의무를 폄훼한데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총사령관으로서 헌법에 명시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대통령의 발언이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는 헌법 제66조 2항과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는 제5조 2항 등을 모독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직무유기’ 발언과 관련, 이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로 발전하기까지 그 주역은 6.25전쟁에서 사선을 넘어 조국을 지키는데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군 원로들이었다”며 “그럼에도 구국의 일념을 폄훼하고 마치 국방비를 헛되게 낭비한 주범으로 몰아붙이는데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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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들은 정부가 군 복무기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적인 목적으로 복무기간을 단축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대통령이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고 한 발언에 대해 “참으로 어이가 없다”면서 “이는 70만 국군 장병에 대한 심각한 모독인 동시에 국토방위 의무를 크게 폄훼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북한이 쏜 미사일이 한국으로 날아오지 않는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남한으로 날아오지 않는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국가안보는 0.01%의 불확실성이 있어서도 안 되는 데 대통령이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연합사 해체를 불러오고 결국 한미동맹의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 전작권 단독행사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정부는 주권 문제나 자주 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전작권 단독행사를 위한 계획 추진을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이어 ‘미국에만 매달려,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엉덩이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국가안보의 초석인 한미동맹에 찬물을 끼얹는 심각한 발언”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제가 공격을 받았고, 참아왔지만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혀, 군 원로들의 사과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은 성명 발표에 참여한 군 원로 명단]
김성은, 오자복, 이기백, 이병태, 이상훈, 최세창, 정래혁, 서종철, 이준, 이종구, 김동신 등 전 국방장관, 노재현, 김종환, 정진권, 김진호 전 합참의장, 도일규,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함명수, 장지수, 김종곤, 김홍열, 안병태, 이은수 전 해군참모총장, 장지량, 김두만, 한주석, 김홍래, 이억수, 장성환, 김상태(성우회 회장), 이광학, 김창규 전 공군 참모총장, 나중배, 정진태, 장 성 전 연합사 부사령관, 이철우, 이병문, 성병문, 이상무, 강기천, 최기덕, 김명균, 임종린, 김인식 전 해병대 사령관, 박세직 향군회장, 이정린 전 국방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