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북정책…재야 ‘대화론’ VS 행정부 ‘강경론’

미국 재야에서 북핵 해법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산하 ‘38노스’ 연구원은 14일(현지시간) 북핵 해법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직후 직접 김정은에게 대화 재개를 위한 구두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트 연구원은 이날 트럼프 정부에 보내는 대북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북핵 해법 중) 이란식 제재와 선제타격, 외교(대화)라는 3가지 옵션 가운데 최상의 선택은 ‘외교’”라면서 “이란식 제재는 중국이 반대하고 있어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선제타격은 작전상의 어려움과 함께 북한의 강경 대응 및 한국과 일본이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정부는 취임 후 100일 안에 북핵 위협에 관해 현 상황을 평가하고 관련 대북정책을 입안해 행동해야 한다”면서 몇 가지 단계별 ‘게임 플랜’을 제시했다.

위트 연구원은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새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1월 중순까지는 새 정부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공식적 언급 혹은 청문회 발언을 통해 미국과 동맹 방어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적극적인 대화 재개 노력 등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인) 1월 말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중국 정상에 차례로 전화를 걸어 미국 정부의 새로운 대북접근법을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비핵화 공동성명에 기반을 둔 여러 원칙에 근거해 (한미) 양측 대표들이 가능한 한 빨리 만나 현재 상황을 검토하고 대화를 진전시켜나가자는 제안을 김정은에 구두 메시지로 보내야 한다”면서 특히 “이 구두메시지는 중국을 거치지 말고 직접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계적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선 공격적이고 지속적인 대화에 초점을 맞춘 강제적 외교 전략이 가장 성공적”이라면서 “이런 노력이 실패할 경우 미국 정부는 대북압박을 한층 강화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앞서 위트 연구원은 지난달 17∼19일 제네바에서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 등 북한 외교 분야의 핵심 당국자들을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이후 그는 줄곧 미국 신 행정부를 겨냥해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 ‘선(先)대화 후(後)제재’ 방안을 제시해오고 있다.

이처럼 최근 미국 재야에서 북핵 해법으로 ‘대화 재개’를 주문한다거나 실제 민간차원(트랙2)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접촉하는 인사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어떤 대북기조를 들고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직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뚜렷한 한반도 정책 구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일단 외교·안보 라인에 자리 잡을 것으로 잠정 확정된 인사들은 대부분 대북강경파로 분류된다.

우선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지난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현 체제를 오래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 김정은과 경제적 거래를 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플린 내정자를 보좌할 캐슬린 T. 맥파런드 NSC 부보좌관 내정자 역시 강경 매파 여성으로 알려진다. 그는 지난 8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북한과 무역을 하는 다른 나라의 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북한을 지렛대로 삼은 대북강경책을 주장하기도 했다.

폼페오 CIA 국장 내정자 역시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미국 ‘라스 라슨쇼’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효과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경제력과 군사력을 모두 동원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매드독(Mad Dog·미친개)’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군사 분야 강경파로 통한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군사정책이 우유부단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해오기도 했다.

유일하게 강경파로 분류되지 않는 인사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다. 일각에서는 틸러슨 내정자가 ‘친(親)러시아’ 성향이라는 점을 들어 그가 국무장관으로 확정될 시 향후 대북정책에 러시아의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편 미국 새 행정부의 등장으로 우리의 외교·안보 전략도 중요한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인 가운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국내 정치상황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전환기적 상황을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한미 외교안보 당국간 다양한 협의가 진행 중에 있고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 측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14일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이 밝히고 “기존 전략적 로드맵에 따라 흔들림 없이 추진될 대표적인 분야가 우리의 대북 외교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는 제재와 압박 기조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이날 회의에서 참석한 100여 명의 각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을 한국의 새 위기 요소로 꼽으면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우려되니 외교적으로 지혜를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